시속 350㎞ 돌파를 목표로 가속중인 국산 고속전철 시제차량.
휘익. 철로 옆에 서 있는 전신주가 그 형체를 가늠하기도 전에 바람처럼 차창을 스쳐간다. 시선을 약간 뒤로 하자 한가로운 시골집 한 채가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시선을 아주 멀리하자 비로소 늦가을 햇살을 받으며 제 빛을 뽐내는 가을 단풍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국산 고속전철 안에서 본 풍경이다.
1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후원으로 과학동아 애독자 40명이 국산 고속전철(HSR 350X)을 시승하는 행사가 열렸다. 국산 고속전철은 당장 내년 경부고속철도에 투입되는 프랑스 알톰스사 제작차량(KTX)과는 다른 종류다. 고속철도기술개발사업단 김기환 단장은 “현재 시제차량이 만들어져 본격적인 시험운행에 나선 상황”이라며 “2007년 호남선부터 투입을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129개 산학연구소에서 공동 개발하고 있는 국산 고속전철은 꿈의 철도라 할 만했다. 돌고래를 연상시키는 유선형의 세련된 외형에 내부공간에는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속도와 성능 면에서는 외국산 고속전철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 최근 KTX의 한계인 300km 장벽을 돌파하고 350km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불과 1시간40분에 주파할 수 있다. 시속 300km라는 속도는 어떤 느낌일까. 메이저리그 투수의 강속구는 시속 160km, 테니스 선수의 서브는 시속 230km 정도다. 그러나 이 공들보다 훨씬 빨리 달리는 고속전철 안에서는 바로 옆 풍경을 보기 전에는 속도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감자 지하철보다 미약한 진동만 전해주면서 질주하고 있었다.
김홍재 동아사이언스기자 eo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