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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피플]이규형 감독 "韓日극장가 뒤흔들겁니다"

입력 | 2003-11-04 18:32:00

이규형 감독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 일본에서 히트한 한국 영화들의 공통점은 남북 분단을 소재로 다뤘다는 점이죠. 불행한 일이지만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 상황과 북한 이야기 자체가 일본인들이 몹시 궁금해하는 주제거든요.”

최근 병영을 소재로 한 영화 ‘호텔 코코넛’의 촬영을 마친 이규형 감독(46)은 “분단을 주제로 다룬 군대 이야기야말로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상품’”이란 말도 덧붙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일본 대중문화와 관련된 책을 50여권이나 펴낸 일본 대중문화전문가의 판단이다.

‘호텔…’은 내년 봄 국내 개봉 예정이며 현재 일본 메이저 배급사 중 하나인 쇼치쿠와 일본내 배급 문제도 협의중이다. 한국 영화가 일본 메이저 배급사를 통해 소개된 사례는 아직 없다.

‘호텔…’은 DMZ(비무장지대) 수색중대 소대원으로 복무한 이 감독의 개인적 체험이 바탕에 깔려 있다. 최전방 수색대의 네 병사가 1979년 10·26부터 12·12 까지 격변기를 지나며 겪는 애환과 삶의 드라마가 담겨 있다.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에서 열연했던 박건형, 그룹 ‘UN’의 김정훈, ‘클론’ 출신의 구준엽, 연기파 정은표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사실 이 감독은 80년대에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젊은 ‘흥행감독’이었다. 87년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88년 ‘어른들은 몰라요’는 젊은 세대의 감성을 반영한 흥행작이자 화제작이었다.

“정말 시간이 빨라요. 장학퀴즈의 ‘기 장원’ 아저씨로, 또는 80년대의 감독으로 기억된다고 느낀 순간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살 만 했는데 애니메이션(‘헝그리 베스트 5’·95년)을 만들어 쫄딱 망했죠. 10년 넘게 일본과 한국을 오가면서 일본 문화의 ‘관찰자’가 된 것은 끊임없이 새로워지려는 노력이었습니다.”

8년만에 영화계에 복귀한 이 감독은 “내 목표는 한국 뿐 아니라 일본 극장가를 흔드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