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상상도 못할 결말.’ ‘매트릭스3 레볼루션’이 의욕적으로 내건 카피문구다. 그러나 네오와 스미스가 벌이는 최후 대결의 결과는 그 만큼 심오할 수도, 반대로 허황될 수도 있다. 그래서 완결 편을 둘러싸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와 ‘종교적 결말로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었다’는 엇갈린 평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감독 워쇼스키 형제의 제안에 따라 영화사상 최초로 전 세계에서 같은 날(5일), 같은 시간(국내 오후 11시·뉴욕 오전 9시·LA 오전 6시·런던 오후 2시·모스크바 오후 5시)에 개봉한다.》
●재미있게 보는 법
①네오의 스타일보다 휴머니티에 주목한다=네오는 3편에서 남루한 옷차림의 모습으로 나오고 눈까지 먼다. 오른손을 들어 번쩍 빛을 내뿜어 수많은 센티넬(기계병사)들을 일거에 무찌르는 네오를 신과 비교해 본다.
②‘시민의 투쟁’이 보여주는 서사 스펙터클에 초점을 맞춘다=인류 최후의 도시 시온의 시민들은 센티넬의 인해전술에 맞서 싸운다. 액션의 무게 중심이 네오 일행으로부터 시민군으로 옮겨왔다.
③액션의 공간개념이 확장된 사실을 간파한다=마지막 대결에서 네오와 스미스는 주로 날아다닌다. 악당들은 천정과 벽을 딛고 뛰어다닌다.
④다른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을 찾아본다=시민군의 무기인 APU(조종하는 사람의 동작에 따라 손발이 움직이는 로봇)는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여전사 리플리가 사용했던 무기와 유사. 네오와 스미스의 대결장면은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연상시킨다.
⑤뒤엉킨 철학적 메시지를 한 마디로 요약해 본다=영화의 키워드는 ‘균형(Balance).’ ‘매트릭스의 아버지’인 아키텍트는 방정식을 해독하고, ‘매트릭스의 어머니’인 오라클은 방정식을 헝클어놓는다. 네오는 선의 상징, 스미스는 악의 상징. 작용과 반작용이 이루는 힘의 균형이 세계의 본질이란 것이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
●재미없게 보는 법
①네오가 더 멋있어 졌을 것으로 기대한다=네오의 모습은 멋있기보단 성스럽다. 또 심오하고 철학적인 문답을 주고받는 대신 “오늘 밤엔 끝나” “내가 선택했기 때문이지” 등 단답식으로 말한다.
②모피어스의 역할이 개성적일 것으로 생각한다=모피어스의 역할은 전함을 이끌고 공격받는 시온으로 가는 것. 그러나 싸움이 거의 끝날 무렵 모피어스가 도착하기 때문에 액션은 거의 없다. 네오-트리니티-모피어스의 삼각구도는 완전히 해체된다.
③새로운 악당들을 기대한다=멜로빙지언이 2편에 이어 ‘악의 축’으로 등장하며 조무래기 악당들은 개성 없이 싸우다 죽어간다.
④전편과 다른 모습의 ‘오라클’에 깊은 뜻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오라클 역을 맡았던 글로리아 포스터가 2편 촬영 직후 당뇨병으로 사망해 매리 앨리스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오라클의 얼굴만 바뀌었을 뿐 역할이나 권능은 똑같다.
⑤‘완결편’인 만큼 속 시원한 ‘완전 결말’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이 시리즈의 최대 세일즈 포인트는 그 ‘찜찜함’에 있다. 제작자 조엘 실버는 “절대로 더 이상의 매트릭스 시리즈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