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그룹 비틀스의 멤버로 지난해 재혼한 폴 매카트니(61)가 환갑을 넘어 딸을 얻었다고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대변인을 통해 “너무 좋아 황홀할 지경”이란 소감까지 발표한 것을 보면 그 기쁨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것 같다. 그의 아내 히더 밀스(35)는 모델로 활동하던 중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어 임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아들만 넷을 두고 있는 독일의 ‘축구 황제’ 프란츠 베켄바우어(58)도 얼마 전 아내 하이디(37)와의 사이에 늦둥이 딸을 얻고 뛸 듯이 기뻐했다고 한다.
▷서양에서 늦둥이의 역사는 깊다. 구약성서에 따르면 아브라함은 100세 때 건강한 아들 이삭을 얻는다. 아내 사라는 90세였다. 아브라함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신의 말에 순종해 ‘믿음의 조상’이 되고, 아들의 목숨도 구한다. 늦둥이는 예나 지금이나 남성의 경제력과 성적 능력을 상징한다. 왕과 권력자들은 어린 후궁이나 첩을 통해 늦도록 자식을 가질 수 있었다. 오늘날에도 정치인 가운데 늦둥이를 본 이들이 많다.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72)이 올해 초 35세 연하의 아내를 임신시켰고,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50)도 40대 후반에 본 늦둥이 아들이 있다.
▷늙어서도 젊은 여성들과 결혼할 수 있는 매력과 재력을 갖고 있는 톱스타들도 마찬가지다. 앤서니 퀸은 81세 때 증손녀뻘 딸을 얻어 팬들을 놀라게 했고, 세계적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68)도 나이가 꼭 절반인 연인 만토바니(34)와의 사이에 올해 초 손녀뻘 딸을 얻었다. 여성으로는 팝스타 마돈나, 섹시 스타 킴 베이신저와 샤론 스톤, 연기파 배우 지나 데이비스와 글렌 클로즈 등이 40대 들어 늦둥이를 낳았다. 30대 후반에 출산한 조디 포스터나 신디 크로퍼드는 조산에 속한다. 여성이 늦둥이를 보기 위해서는 아이에 대한 염원과 산모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명인사들이 늦둥이를 보는 이유에 대해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중년 이후 생긴 삶의 여유, 젊어서 느끼지 못한 삶의 소중함, 인기와 권력의 무상함, 정력 과시 등의 심리가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늦둥이는 관심을 많이 받게 되고, 부모가 후천적으로 획득한 유전형질을 물려받아 상대적으로 똑똑해진다는 전문가의 견해도 있다. 바야흐로 늦둥이가 부부 금실과 건강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늦둥이 하나 보라”는 덕담을 건넸더니 다들 싫은 기색이 아니었다. 늦둥이를 갖기에 늦가을은 또 얼마나 좋은 계절인가.
오명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