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부터 ‘뮤추얼 펀드’가 월가를 태풍권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동안 경제잡지 등이 ‘휴화산’ ‘폭약고’ 등의 표현을 써가며 뮤추얼 펀드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했던 것이 현실화된 셈이다.
초고속 성장을 한 뮤추얼 펀드의 하나인 스트롱펀드. 설립 30년 만에 420억달러 규모의 66개 펀드를 거느리고 있다. 설립자 겸 회장으로 재산이 8억달러에 이르는 리처드 스트롱(61)은 2일 사임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부적절한 거래행위’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자산 2720억달러로 업계 5위인 푸트남 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2명이 회사와 함께 부정거래로 소송을 당했다. 이 회사 고객인 6개주의 연금펀드들은 거래를 끊겠다며 환매를 요청했다. 금액은 40억달러가 넘었다. 그러자 17년째 푸트남을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 로런스 라서(60)가 전격 경질됐다.
이들 뮤추얼 펀드 업계에서 불거진 스캔들은 ‘마켓 타이밍’과 ‘연장 거래’가 대표적이다. 마켓 타이밍은 초단기 거래를 통해 차익을 챙기는 수법이다. 펀드의 절반가량이 특정 주주들에게 이를 허용해 왔다고 SEC측은 표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마켓 타이밍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펀드들이 무리한 단타매매에 나설 경우 투자자 피해와 펀드의 이상 운영이 우려되기 때문에 업계 자율로 규제하던 것이었다.
연장 거래는 정규시간(미 동부시간 기준 오후 4시까지) 거래가 끝난 뒤 특정주주들에게 몰래 거래를 허용하는 것이다. 엄연히 불법이다. 일부 뮤추얼 펀드가 수수료 수입을 챙기기 위해 이를 눈감아 왔다는 것이다. SEC의 표본조사로는 25%가량이 이런 행위를 해 왔다.
이 밖에도 펀드 운영자들이 부당한 이익을 챙겼거나 특정 기관과 이면 약정을 했다는 등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SEC와 함께 최근 2년째 월가의 불법 탈법에 매서운 칼을 휘둘러 온 뉴욕주 검찰은 뮤추얼 펀드를 수술대 위에 올려놓을 태세다.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은 “부정거래에 따른 벌금이 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뮤추얼 펀드는 미국인 절반 가까이가 투자할 정도로 가장 인기 있는 증권상품이다. 총자산 7조달러인 이 시장이 어떤 수술을 받느냐에 따라 금융시장의 장단기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