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마사아키(지휘자), 료 데라카도(바이올리니스트), 요시가쓰 메라(카운터테너)….
전 세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일본인 원전(原典)음악 연주자들이다. 대조적으로 클래식 음악에 관한 한 일본보다 한수 위라고 자부하는 한국 음악가들 중에는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원전음악 연주자가 한 사람도 없다. 수십개의 원전음악 합창단과 실내악단이 활동 중인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는 상설로 활동 중인 원전음악 단체도 전무한 실정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세계 원전음악운동을 조명하는 행사가 열린다. 한양대 음악연구소가 6일 오후 1시반 한양대 백남음악관에서 개최하는 국제심포지엄 ‘현 시대의 옛 음악, 20·21세기에서의 진정한 부활’.
바로크 플루트 거장 바르톨드 쿠이켄(네덜란드), 미국 예일대 교수인 로버트 모건, 재미 지휘자 조소연 등이 원전연주의 현 상황을 주제로 발표한다. 이 중 일본의 원전연주 지휘자 겐조 다카히사가 발표하는 ‘일본의 고(古)음악 운동, 역사와 전망’이 눈길을 끈다.
이 발표문에 따르면 일본 원전연주는 1953년 창립된 연주단체 ‘도쿄 고음악 협회’가 최초로 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유럽에서 쳄발로를 배운 연주가들이 귀국하며 원전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일본 청중이 원전연주에 주목한 것은 1970년경 원전연주의 메카인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유학한 음악가들이 귀국하면서였다. 80년대에는 오케스트라와 오페라로 원전연주 활동의 중심이 옮겨갔다. ‘더 바로크 밴드’(1984), ‘바흐 모차르트 오케스트라’(1989), ‘바흐 콜레기움 저팬’(1990) 등이 차례로 결성됐다. 1995년 결성된 ‘오케스트라 심포지옹’의 경우 바흐와 모차르트 시대에 머물지 않고 낭만주의 음악까지 옛 악기로 연주하는 유럽의 최신 조류를 이어받고 있다.
강해근 한양대 음악연구소장은 “일본과 달리 대부분 교수가 목표인 한국 연주자들은 유학을 가도 원전음악 전공을 꺼린다”며 “국내 대학에서도 원전연주학과가 개설되면 원전연주의 중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스즈키 마사아키(왼쪽)와 료 데라카도. -동아일보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