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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산책]'깝스'…못말리는 경찰들

입력 | 2003-11-06 16:56:00

사진제공 청년필름


‘폴리스 아카데미’ ‘리쎌 웨폰’ ‘48시간’ 등 경찰을 주인공이나 소재로 다룬 수많은 영화들이 있다.

한국 영화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3편까지 등장한 ‘투 캅스’ 시리즈를 비롯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와일드 카드’ 등 경찰의 세계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이른바 ‘폴리스’ 영화의 익숙한 키워드는 범죄와 부정, 두 파트너가 만들어내는 웃음과 액션이다.

5일 개봉된 영화 ‘깝스’는 이 같은 일상적인 상상력의 틀에서 벗어나 있는 코미디 영화다. 10년째 범죄가 없는 마을이라는 설정부터 색다르다. 범죄가 없어 경찰서가 폐쇄될 처지가 되고 이에 경찰들이 엉뚱하게도 경찰서 사수를 위해 ‘범죄 만들기’에 나선다는 것. 영화의 웃음은 경찰들이 자신의 직장이자 사랑하는 경찰서를 지키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는 ‘뒤집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작품 속에서 명확하게 묘사되지 않지만 여기 10년째 범죄율 0%인 마을이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하지만 사건이라고 해야 꽃밭을 망가뜨리는 소를 쫓아내는 일이다. 베니(토켈 페테르손)와 야콥(파레스 파레스), 부부 경찰인 라세(고란 라그네르스탐)와 아그네타(시셀라 카일레) 등 경찰들은 마을 노인들과 포커를 치고, 부서진 문짝을 고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사실 말이 경찰서지 우리 기준으로 보면 파출소 수준이다. 그러던 어느 날 본부에서 미모의 검사관이 내려오더니 범죄가 없는 마을이라 경찰서도 폐쇄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전한다.

스웨덴의 젊은 감독 요제프 파레스 감독(26)은 이 같은 아이디어에 극도로 과장된 캐릭터를 결합시켜 웃음의 수위를 높였다. 상상 속에서 펼쳐지는 베니의 액션은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가 울고 갈 만큼 화려하다. 맨손으로 총알받기, 잡은 총알로 폭탄 만들어 던지기, 당구의 ‘스리쿠션’ 기법을 이용한 총 쏘기, 바지 지퍼로 총 쏘기 등이다.

베니의 파트너로 비교적 정상적인 경찰인 야곱 역시 끊임없이 맞선에 나가보지만 연애에 실패하는 평범한 남자다.

만약 이 작품의 후반부에 감춰진 ‘원초적 코미디’를 보고도 웃지 않는다면 당신은 코미디를 싫어하거나 아니면 꽤 근엄한 관객에 속할 것이다.

파레스 감독은 레바논에서 태어나 10세 때 스웨덴으로 이주한 자전적 경험을 담은 데뷔작 ‘얄라! 얄라!’(2000년)에 이어 ‘깝스’로 주목을 받았다. 야콥역의 파레스는 감독의 친형이고 아버지 얀도 이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영화 제작자이자 코미디 배우로 유명한 애덤 샌들러가 이 작품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이기도 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