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의 목조필동자상, 하얀 얼굴에 다소곳한 표정. 공손히 모아 쥔 두 손이 인상적이다. -사진제공 국립청주박물관
불상(佛像)에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이 구현되어 있다. 한국미술사에서 중요하게 자리 매김 되어 온 불상들 중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바로 ‘동자상(童子像)’이다.
동자상은 조연(助演)이다. 대개 대웅전 명부전 혹은 나한전의 한쪽에, 눈길을 잘 끌지 못하는 곳에 서 있다. 그러나 동자상 만큼 한국인의 소박하고 순수한 심성과 미감을 반영한 예술품도 드물다. 국립청주박물관이 그동안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동자상들을 한곳에 모아 특별전을 갖는 뜻이 각별한 것도 그 때문이다.
동자상은 이른바 민중미술의 전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을 만든 사람이나 주문한 사람, 그리고 이를 신앙한 사람들 모두 사회적으로 신분이 높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얼굴 표정도 순박하다 못해 어수룩하다. 세련됨이나 긴장감은 찾아볼 수도 없다. 키는 커 봤자 90cm 정도, 아예 손바닥만 한 것도 있다. 소재는 흔히 구할 수 있는 나무나 흙을 사용했다. 하지만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얼굴 표정을 자세히 보면 평화가 깃들어 있다. 청주박물관 이내옥 관장은 “겉보기엔 어수룩한데 현대 사람들에게 이걸 만들어 보라고 하면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 동자상의 신비이자 매력”이라고 말했다. 반쯤 뜬 눈(半眼)은 깊은 사유에 잠긴 모습이며 웃는 듯 마는 듯한 부드러운 미소에는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이 담겨 있다. 아이 같기도 하고 어른 같기도 한 동자상의 모습에는 ‘나이가 들어서도 천진함을 버리지 않는 것을 진정한 도(道)’로 파악한 동양사상의 진수가 깃들어 있다.
이번 전시에는 고려불화의 선재동자(善財童子), 조선시대 임금 세조의 병을 고쳐 주었다는 상원사 문수동자상(文殊童子像) 등 70여점의 동자상이 선보인다. 23일까지. 043-255-1632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