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기술/코자이 히데노부 지음 김현영 옮김/208쪽 1만원 한스미디어
“커닝은 나만 하는 게 아닙니다. 요령이 좋아서 안 들킨 사람은 득을 보고 어쩌다가 들킨 사람은 손해를 봐야 합니까.”
시험에서 커닝을 하다 교수에게 들킨 대학생이 교수에게 정색을 하고 반문했다. 이런 질문이 ‘논쟁’을 끌어내려는 목적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교수를 당황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을 듯하다. 교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설사 감독의 눈을 피해 훔쳐본 사람이 있다고 해도 자네의 책임은 피할 수가 없네.”
“세상일이라는 게 어차피 요령 있는 사람이 득을 보는게 아닙니까.”
“그런 경우도 있기야 있지. 선거법을 위반하거나…. 하지만 그런 사람은 결국 역사의 심판을 받지 않겠는가.”
이쯤 되면 교수는 학생의 ‘전략’에 말려든 셈이 된다. 교수가 학생을 훈계하거나 처벌할 수는 있지만, 어쨌든 학생은 자신의 ‘논리’에 상당한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차피 ‘역사의 심판’을 받을 사람을 교수가 미리 처벌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사실 학생은 질문을 통해 교묘히 ‘논점’을 흐린 것이다. ‘커닝을 하다 들킨 것’(학생)과 ‘요령을 잘 피우는 것’(다른 사람)을 대비시켜 마치 자신은 요령을 피우지 않는데 재수가 없어서 손해를 보는 것처럼 상황을 끌어갔다. 사건 자체가 자신에게 불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만들어간 것.
하지만 만약 교수가 이렇게 대답했다면 어떨까.
“요령을 잘 피운다는 건 바로 자네를 두고 하는 말이네. 자네는 그저 요령을 피우다 실패했을 뿐이지. 또 요령을 잘 피워 어쩌다 득을 볼 수는 있겠지만 그 반대는 아니네. 학칙에 따라 처벌받는 것이 손해는 아니지.”
이처럼 학생이 교수를 당황하게 만들 수도, 교수가 학생을 꼼짝 못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 ‘논쟁의 기술’이다.
저자는 논쟁의 가장 큰 ‘무기’로 ‘질문’을 꼽았다. 상대의 말문을 막는 질문, 상대를 몰아붙이는 질문 등을 통해 논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간다는 것. 또 앞선 예처럼 논점을 흐리는 법과 그것을 간파하는 법 등을 설명했다. 나쓰메 소세키,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글이 예문으로 나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