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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반항하고 방황도 많았지만 마침내 꿈을 이뤘다

입력 | 2003-11-07 17:28:00


◇스크린의 독재자 찰리 채플린/김별아 지음/205쪽 7500원 이룸

◇드래곤의 전설 이소룡/권정현 지음 /164쪽 7500원 이룸

‘무술을 배우기에는 치명적인 신체조건을 갖고 있었다. 한쪽 다리가 다른 쪽에 비해 2.5cm나 짧았던 것이다. 시력도 형편없었다. 지독한 근시여서 가까운 곳의 사물을 구별하는 일조차 늘 애를 먹었다.’

그러나 이런 몸을 가진 이소룡은 두 다리의 길이가 다른 약점을 남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권법(拳法)으로 발전시켰고 눈 대신 오감의 다른 기관을 예민하게 키워 할리우드를 제패한 무술스타가 되었다. 청소년평전 ‘드래곤의 전설 이소룡’의 저자인 소설가 권정현씨(33)는 “성장기의 이소룡이 싸워야했던 가장 힘겨운 상대는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는 것을 그려내고 싶었다. 청소년기 누구나 스스로에 대해 이런저런 콤플렉스를 갖고 있고 자기를 이겨내기가 어렵지 않은가”라고 말한다.

훈계하는 어른들이 어렵기보다는 우스워 보이고,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반항하기 십상인 청소년. 이 또래들이 가슴에 삶의 나침반처럼 품을 수 있는 영웅은 누구일까.

이룸출판사가 4월부터 발간해 온 청소년평전 시리즈 2, 3권의 주인공은 찰리 채플린과 이소룡이다. 알렉산더, 한니발, 링컨, 나이팅게일, 헬렌 켈러, 카네기 등으로 이어지는 보통의 ‘위인전’과는 사뭇 다른 인물들이다. 1권의 주인공은 스페인 내전과 중일전쟁 현장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을 치료했던 의사 노먼 베순이었고, 12월에 발간될 4, 5편의 인물은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혁명을 이끈 체 게바라와 베트남 혁명가 호치민이다.

출판사측은 “때로는 위험스러워 보이는 일탈행위도 서슴지 않았던 사람들의 진지한 고민은 무엇이었으며 그런 고민이 어떤 방식으로 승화돼 위대한 업적을 낳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청소년을 위한 훌륭한 평전의 조건일 것”이라고 시리즈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런 맥락에서 사생활에 문제가 있었거나 요절했지만 20세기의 대중문화를 이끈 스타나 변혁운동의 지도자까지 포함됐다.

평전 집필자들은 대개 30대의 젊은 작가들. 사회통념으로 굳어진 위인보다는 평소 존경했던 인물을 주관적으로 선택하며, 집필과정에서도 자신의 청소년기 경험을 투영한다.

동생이 영화 일을 하는 인연으로 찰리 채플린을 선택했다는 소설가 김별아씨(34)는 “나 자신 청소년기를 격렬하게 방황하며 보냈기 때문에 청소년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밑바닥의 모습까지를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