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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이만수 코치 "메이저리그 더 배워 2년뒤 복귀"

입력 | 2003-11-09 17:39:00

“내 몸속엔 삼성의 파란 피가 흐른다”고 했던 ‘헐크’ 이만수(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코치). 그는 16년간 뛰었던 삼성으로부터 버림을 받았지만 “이젠 다 잊겠다”고 했다. 지난해 프로야구 올스타전 때 귀국해 본지와 인터뷰를 하던 이만수. 동아일보 자료사진


사랑과 증오는 동전의 앞뒷면.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컸기 때문일까. 예전의 ‘헐크’가 아니었다. 카랑카랑한 경상도 사투리를 속사포처럼 내뱉던 활기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러나 진실은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법. 16년간 뛰었던 삼성에게선 ‘버림’을 받았지만 불과 4년간 불펜코치로 몸담았던 시카고 화이트삭스로부터는 예상을 뒤엎고 재계약을 통보받은 이만수 코치(45). 그는 “내가 떠난 뒤 불펜코치에 이미 다른 사람이 들어와 있는 상태였는데 어떻게 이런 결정이 났는지 모르겠다. 하늘이 무너져도 희망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흥분을 삭이지 못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떨리는 목소리는 그가 그동안 얼마나 큰 정신적 충격을 겪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먼저 축하한다. 화이트삭스와의 재계약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으로 알았는데 어떻게 된 건가.

“메이저리그는 9, 10월이면 대개 코치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는 무조건 한국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삼성에서 제의가 들어와 화이트삭스에 그동안 고마웠다는 인사까지 했다. 삼성 입단이 물 건너간 뒤 다시 접촉했지만 불펜코치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재계약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나도 깜짝 놀랐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만 동료 코치들로부터 ‘구단이 너를 버린다면 우리도 계약하지 않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달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더욱 고마운 것은 구단이 작년보다 연봉을 올려준 것이다. 진실이 통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앞으로 1년 동안 미국 야구를 더욱 열심히 배울 생각이다.”

-화이트삭스와의 재계약이 안돼 내년 시즌 실업자로 지내게 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나. 귀국할 생각은 없었나.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모든 희망이 다 사라진 느낌이었다. 가족들 볼 면목도 없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서둘러서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어놓은 돈은 없지만 설마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나. 한국에 돌아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삼성이 코치 제의를 했다가 발을 뺀 것은 ‘음모론’이란 말도 있는데….

“이제 와서 삼성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있다. 내 명예와 관련된 부분이기도 하다. 삼성은 코치 계약이 불발된 이유로 내가 터무니없이 높은 연봉을 요구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나는 물론이고 에이전트인 앤디 김조차 단 한번도 삼성에 연봉 요구액을 제시한 적이 없었다. 제대로 협상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봉액을 요구할 시간조차 없었다.”

-진실은 왜 삼성에선 통하지 않았나.

“할 말이 없다(씁쓸한 웃음). 내가 부덕한 탓 아니겠는가.”

-화이트삭스에서 1년 더 뛰게 됐지만 언젠가는 국내에 복귀해야 할 텐데…. 그때도 다른 팀의 제의는 제쳐두고 삼성에 입단할 생각인가.

“아이들한테 항상 아빠는 물론 너희들도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해왔다. 현재 첫 아이는 인디애나주 웨슬리안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이고 둘째 아이는 고교 2학년이다. 둘째는 내년에 한국 고교로 전학시킬 생각이다. 그리고 삼성에 대한 애정은 변함없다. 나를 키워준 구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삼성은 가슴속 추억으로 묻어둬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약자다. 잘 알다시피 칼자루를 든 삼성이 나를 부를 리도 없지 않은가.”

-너무 오래 외국생활을 해 국내에 복귀할 경우 한국 사정을 잘 모른다는 주위의 우려가 있는데….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그런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야구는 어디에서 하든 마찬가지다. 6년간의 미국생활 동안 정말 많은 공부를 했다. 후배들에게 내가 힘들게 배운 것을 모두 가르쳐주고 싶다.”

-요즘 이 코치의 홈페이지(www.leemansoo.co.kr)와 삼성 구단 홈페이지(www.samsunglions.com) 게시판은 삼성을 비난하는 글로 도배되고 있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미움은 더 큰 증오를 낳는다. 나와 삼성의 관계는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 이젠 잊어야 할 때다. 팬들도 이쯤에서 그만뒀으면 한다. 그게 이만수를 사랑하는 길이다. 내후년쯤엔 비록 삼성은 아니더라도 다른 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이만수 코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이만수는 누구

△출생=1958년 9월9일

△출신교=대구중-대구상고-한양대

△별명=헐크

△취미=골프 수영 테니스 등 운동이면 모두 OK

△가족=부인 이신화씨와 2남

△종교=기독교

△경력=1977~78년 청소년 국가대표

78~81년 국가대표

82~97년 삼성 라이온스

98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싱글A 지도자 연수

9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트리플A 샤롯 나이츠

객원코치

2000~2003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