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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이슈]‘기러기 아빠’ 우울증 조심!

입력 | 2003-11-09 18:35:00


외로움이 병이 될까. 혹은 이보다 더 쓸쓸한 가장의 죽음이 있을까.

얼마 전 딸 둘과 아내를 캐나다로 보내고 혼자 살던 40대 ‘기러기 아빠’가 자신의 집 소파에 기댄 채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 사람은 심근경색을 앓고 있었다.

기러기 아빠의 건강이 위태롭다.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 등 각종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데다 혼자 살다보니 불규칙하고 무절제한 생활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

기러기 아빠들은 자신의 외로움이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실제 각 병원 정신과를 찾은 중년 남성 중 기러기 아빠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의사들은 “혹시 자신에게 문제가 있으면 가족은 어떻게 되나 하는 걱정 때문에 더욱 병원을 찾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설령 병이 있다 해도 모르는 게 약이라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외로움이 반드시 우울증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정신의학자들은 성격에 따라 외로움의 양상이 달리 나타난다고 말한다. 가령 어떤 아빠는 집에 처박혀 우울해 하지만 어떤 아빠는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방만한 생활로 빠져든다. 그렇지만 어느 경우나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유일한 해결책은 절제 있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 혼자 있는 기간을 능력 계발의 기회로 삼아 영어학원을 다닌다거나 취미활동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것도 ‘가족의 정(情)’을 어느 정도 보상해 심리적 위안을 준다.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모임을 1개 이상 만들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좋다.

휴일 아침 늦게 일어나거나 귀가시간을 지키지 않는 등 무계획적 생활은 우울 증세를 키울 수 있으며 몸의 균형감도 깨뜨린다. 식사시간도 정해 놓고 때를 놓치지 않도록 한다. 일주일에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평소 지병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알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한다. 응급상황이 생길 것을 대비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연락처를 미리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건강검진은 매년 반드시 받을 것.

정신의학자들은 이와 함께 매일 1회 이상 전화나 인터넷 채팅, 메신저 등을 이용해 외국에 나가 있는 가족과 대화를 나눌 것을 권한다. 가족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확보하지 않으면 심적으로 불안감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이나 소외감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도록 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