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동물 만화가 드문 편이다. ‘닥터 스쿠르’ ‘묘한 고양이 쿠로’ ‘문조님과 나’ ‘바른 고양이 남작’ 등 일본 동물만화가 국내에서 인기를 끈데 비하면 국내 작가들의 시선은 ‘동물’과 동떨어져 있었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강가딘’ ‘둘리’가 주목받았지만 90년대에는 최대성의 ‘비게트와 친구들’을 빼면 동물 만화가 거의 멸종하다시피 했다.
최근 복간된 ‘캣’(서울문화사)은 고양이를 다룬 정통 동물만화다. 소장판 형태로 2권까지 발매됐으며 앞으로 5권까지 나올 예정이다.
1996년 만화 잡지 ‘윙크’에서 연재된 ‘캣’은 주인 K와 그가 키우는 잡종 고양이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옴니버스형식으로 다뤘다. 당시 고양이를 소재로 한 신선미가 화제를 낳았고, 능청맞은 고양이와 주인의 줄다리기를 유머 있게 그렸다.
여성작가인 강현준(32)은 어릴 때부터 고양이를 길러 그 습성과 표정을 정확히 묘사하고 있다. 고양이가 좋지 않은 냄새를 맡으면 발로 냄새나는 곳을 긁고, 고양이 발톱을 깎아주면 다시 날카롭게 하는 모습 등을 재미있는 스토리에 담아 전달한다.
주인 K가 우아한 자태와 멋진 털을 가진 페르시아 고양이에게 반해 자신의 잡종 고양이를 페르시아 고양이처럼 만들려고 훈련을 시키려 한다. 그러나 그는 페르시아 고양이가 긴 털과 게으름 때문에 ‘뒷마무리’가 깨끗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잡종 고양이를 더 사랑하게 된다는 에피소드도 담겨 있다.
최근 나온 2권의 에피소드 중 압권은 집고양이와 도둑고양이의 무림 권법 대결. 도둑고양이는 도둑질하면서 배운 권법으로 집고양이를 공격한다. 도둑고양이는 쓰레기통에서 주운 생선을 잘게 쪼개면서 터득한 권법으로 집고양이의 가슴을 때린다. 하지만 집고양이는 주인이 베개 삼아 자는 바람에 갈비뼈가 단단해져 도둑고양이의 주먹을 무색케 한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독자 서평란에는 ‘기분 전환이 필요하거나 우울할 때 보면 좋은 만화’ ‘고양이를 싫어하던 사람은 고양이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등의 감상문이 올라 있다.
강씨는 “에피스드 한편이 8쪽짜리 단편이지만 아이디어 구상이 장편보다 힘들어 더 이상 그리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