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산악인 겸 탐험가 박영석씨(40·동국대 산악부OB·영원무역)가 동아일보사 후원으로 16일 남극점 원정길에 나선다.
박영석 탐험대장, 구자준 원정대장(LG화재 대표이사) 등 7명의 원정대원은 이날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 오클랜드∼칠레 산티아고∼푼타아레나스를 거쳐 이달 25일 남극 패트리어트 힐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박씨를 포함한 5명의 대원은 남극 해안가인 허큘리스로 이동해 남극점까지 1200km의 대장정에 나선다. 이들은 남극점 도착 예정일인 내년 1월 25일까지 150kg이 넘는 썰매를 끌고 스키와 도보만으로 61일 동안 얼음 위를 걷고 산을 넘는다.
하루에 20km가까이, 매일 쉬지않고 걸어야 하는 힘든 원정이다.
박씨가 이번 원정에서 남극점을 밟게 되면 세계 최초의 산악 그랜드슬램 달성에서 북극점만 남겨두게 된다. 그는 이미 히말라야 8000m급 14좌와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완등했으며 세계 3극점(에베레스트, 남극점, 북극점) 중 에베레스트 등정을 마쳤다.
동아일보사는 이번 원정대와 동행,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대원들의 모습을 생생히 전달할 예정이다.
남극대륙은 넓이가 1400만km²나 되는, 유럽보다도 큰 대륙. 연평균 기온이 섭씨 영하 55도에 초속 40m가 넘는 강풍(블리자드)이 끊임없이 분다. 지금까지 남극에서 관측된 최저 기온은 영하 89.2도, 바람은 초속 88m.
대륙의 98%는 평균 2160m의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으며 곳곳에 갈라진 얼음 틈새인 크레바스가 입을 벌리고 있다. 이번 원정 루트에도 해발 4000m가 넘는 고산이 2개나 된다. 또한 북극에선 경비행기로 중간 보급이 가능하지만 남극은 기상상황이 나빠 처음부터 모든 장비와 식량을 스스로 끌고 가야 한다.
박씨는 올 2월 북극점 원정에 나서 북위 86.30도까지 도착했지만 북극점에서 픽업해 주기로 했던 경비행기가 취소돼 되돌아왔었다. 그는 “북극점 원정 경험이 있기에 이번 원정이 두렵지 않다”며 “반드시 남극점을 밟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원정은 본사 외에 LG화재 엔씨소프트 노스페이스가 공동후원한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伊 메스너 북극점만 못밟아…산악 그랜드슬램 도전사
히말라야 8000m급 14좌에 모두 오른 산악인은 박영석, 엄홍길(43), 한왕용씨(37) 등 국내 3인방을 포함해 전 세계 모두 11명. 또한 세계 7대륙 최고봉에 모두 오른 사람은 박영석, 허영호씨(49)를 포함해 전 세계 78명.
그러나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룬 산악인은 박씨와 이탈리아 출신의 라인홀트 메스너(59·사진) 두 명뿐이다.
메스너씨는 16년 동안(70∼86년) 히말라야 14좌에 도전, 세계 최초로 완등에 성공했고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도 86년 12월 세계 두 번째로 마쳤다. 그런 메스너씨도 8000m급 등정 때 1년에 많이 올라봐야 3개(82년)를 넘지 못했다.
반면 93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을 시작으로 14좌 도전을 시작한 박씨는 8년2개월 만인 2001년 세계 최단기간 완등에 성공했다. 97년엔 8000m 고봉을 6개나 올랐다. 이 역시 세계 처음.
메스너씨는 이후 남극점을 밟는 데는 성공했지만 북극점 도전엔 실패했다. 박씨가 이번 남극점 도전에 성공하면 세계 산악계의 ‘메스너 신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이어 북극점 도전에 성공하면 새로운 신화의 주인공이 된다. 국내에선 허씨가 94년 남극점을 밟은 적이 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