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廢校)를 문화와 예술이 숨쉬는 공간으로…’ 탈농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학생 수 감소로 문을 닫는 학교가 해마다 늘고 있다. 1970년대 말 이후 전남지역 폐교 수는 본교 179개교, 분교 415개교 등 모두 594개교. 이 가운데 381개교는 매각되거나 임대됐고 213개교에 대해서는 전남도교육청이 활용방안을 찾고 있다. 체험학습의 공간으로 또는 어려운 이웃들의 보금자리 등으로 탈바꿈해 폐교 활용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3곳을 소개한다.》
▽공룡박물관=3년 전 문을 닫은 순천시 별량면 별량남초등학교 건물에 지난 7월 둥지를 틀었다. 언론인 서정호씨(60)가 건물 240평(교실 1, 2층 8칸)을 임대해 국내 최초 민간 공룡박물관으로 꾸몄다. 학교에 들어서면 영화 ‘쥬라기공원’을 연상케 한다.
1층 공룡체험관에는 대형 공룡벽화와 공룡, 익룡, 어룡 등 25점의 모형이 전시돼 있으며 티라마사우르스 등 10마리의 공룡을 타고 놀 수 있는 놀이관이 있다. 2층에는 공룡 뼈를 실물 크기로 맞춰 놓았고 210점에 이르는 공룡 알, 뼈, 어류 화석, 운석 등을 볼 수 있다. 박물관측은 공룡자료 1650점, 희귀 화석 1만7000점, 공룡 모형 1260점, 운석 3만여점을 2, 3개월 단위로 교체 전시할 계획이다.
서씨는 “10년 전부터 퇴직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지역민들에게는 문화적 자존심을 심어주기위해 폐교에 박물관을 짓게 됐다”고 말했다. 061-742-4590
▽사랑의 집=97년 폐교한 강진군 군동면 대곡초등학교를 강진군이 매입했다. 군은 99년 사회복지법인 한국기독교장로회재단에 건물을 무상 임대해 이 학교는 사회복지시설로 새롭게 태어났다.
강진읍에서 6km 떨어진 사랑의 집은 불우한 노인들의 보금자리이자 자원봉사자들의 체험의 장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20명을 매일 버스로 모셔와 식사를 제공하고 물리치료, 노래교실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매일 도시락을 배달해주고 집에 찾아가 수발을 해주고 있다.
종교단체, 여성단체 회원들을 비롯해 인근 대학과 중 고교에서 학생들이 찾아와 빨래를 하고 노인들을 목욕시켜주는 등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경숙 사회복지사는 “버려진 폐교가 노인들의 복지시설로 탈바꿈하고 지난해 폐교 활용 우수 사례로 선정되자 견학을 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061-433-8006
▽섬진강 자연학습원=곡성군이 97년 문을 닫은 옥과면 옥과초등학교 옥수분교를 지난해 매입해 환경체험 교육장으로 꾸몄다. 8억원이 투자된 자연학습원은 곤충 사육장, 야생화 전시장, 수생식물 및 곤충 관찰 체험장, 동물농장, 산책로 등을 갖췄다.
체험 프로그램으로 짚풀 공예교실을 비롯해 곡성지역의 다양한 곤충표본 100여종을 전시, 생태계를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곤충교실이 있다. 이밖에 야생화 화분과 압화(押花)를 만들어 보는 야생화 교실, 도예교실, 조각교실, 천연염색 교실 등 자연 친화적인 프로그램이 당일과 1박2일 코스로 운영된다. 자연학습원이 체험학습의 장으로 자리잡으면서 3월 개원 이후 지금까지 환경 민간단체, 유치원, 초 중학생 등 1만5000여명이 방문했다. 061-363-2582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