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를 깔아 오히려 운동장만 좁아졌어요.”
대전 노은초등학교 3학년 A군(9)은 종종 학교 운동장이 잔디 구장으로 조성되지 않았을 때가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잔디가 없었을 때는 마음껏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학교 운동장에 잔디가 깔린 것은 올 3월. 씨앗을 뿌리고 가꾼 지 6개월 만에 잔디구장이 만들어졌지만 이 구장은 관상용으로 전락하고 있다.
학교 측은 정작 잔디가 조성되자 훼손을 우려해 학생들의 출입을 막았고 축구 동아리의 구장 사용도 허락하지 않았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학생들이 축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축구 골대를 잔디구장 밖으로 옮겨다 놓았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철봉이나 미끄럼틀 등이 있는 운동장 주변에서만 축구 등 운동을 해야만 한다. 이 학교 운동장에서 사용해 온 축구 동호인들도 불만이 많다. 조기축구팀 관계자는 “잔디구장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좁아 축구를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운동장에 조성된 잔디구장이 ‘관상용’으로 전락한 것은 비단 이 학교 뿐만 아니다. 지난해 대전시교육청에서 400만원 안팎의 돈을 지원받아 잔디구장을 조성한 28개 학교에서는 이 같은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 교육청의 잔디구장에 대한 인식도 문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44개 학교에 잔디구장 조성비를 지원하면서 시교육청은 잔디를 쉽게 관리하기 위해 여학교이거나 학생 수가 적고 체육관이 있어 운동장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학교를 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잔디구장은 마음대로 사용하도록 하면 관리가 되지 않고 통제하면 활용 제한에 따른 불만이 생겨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면서 ”일선 학교에서 보호 위주로 관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