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정착한 30대 탈북 여성이 재혼을 위해 북한에 있는 남편을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7단독 정상규(丁相奎) 판사는 11일 “최근 30대 탈북 여성 A씨가 남한에서 재혼하기 위해 북한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해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탈북자가 북한의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소송의 쟁점은 북한에서 맺은 혼인이 남한에서도 법적 효력을 갖는지다. 대한민국 헌법 상 북한은 ‘반국가 단체’여서 법원이 북한 체제에서의 혼인을 무효라고 판단, 소송을 각하하면 A씨는 재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이 여성 탈북자가 우리나라 호적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통일부장관과 서울가정법원장의 승인을 받아 호적에 혼인 사실을 표시했기 때문에 호적의 정리가 필요하다.
만약 법원이 북한 가정법의 효력을 인정할 경우 우리나라 민법상 이혼소송은 부부가 함께 살던 주소지 관할 법원이 맡게 돼 있어 결혼한 탈북자는 북한에서 이혼소송을 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또 대법원 판례상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여성이 탈북해 결과적인 혼인 파탄 책임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정 판사는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법무부 등에 의견조회 신청을 했으며 관련기관 등의 의견을 참고해 내년 1월 중 판결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