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농구부 이충희 감독(45)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령탑 부임 8개월여 만에 전격 경질됐다.
이 감독은 10일 고려대 체육위원회로부터 사실상 해임 통보를 받았으며 11일 김호영 체육위원장을 만나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올 2월 모교 고려대의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계약기간(2004년 12월 31일까지)을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퇴진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게다가 사임시기가 20일 개막되는 농구대잔치를 불과 열흘도 안 남긴 시점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이 감독은 “우습게 됐다. 학교측으로부터 감독 교체 통보를 받은 마당이라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할 이유가 없었다. 팀을 맡은 지 얼마 안돼 뭘 해볼 시간도 없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또 “내 지도 스타일이 아마추어팀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학교측에서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의 경질은 9월에 열린 연세대와의 정기전에서 65-80으로 완패한 것이 가장 큰 이유. 7월 종별선수권대회에서 중앙대에 36점차로 크게 지면서 한차례 구설수에 오른데 이어 ‘1년 농사’가 하루에 결정된다는 정기전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자 학교 안팎에서 지도력이 도마 위에 올랐던 것이 사실.
이 감독의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농구대잔치에는 이민현 코치가 벤치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최고의 슈터로 이름을 날렸던 이 감독은 프로농구 LG 감독을 거쳐 올해 은사인 정광석 감독의 후임으로 고려대 사령탑에 올라 명가재건을 꿈꿨지만 단명으로 끝나며 화려한 경력에 오점을 남겼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