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주가지수의 대표격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0,000을 처음 돌파한 1999년 3월 29일. 뉴욕증권거래소의 플로어에 있던 트레이더들은 기념 모자를 공중으로 던지며 자축행사를 벌였다. 그 뒤 다우지수는 ‘인터넷 버블’ 시기였던 2000년 1월 14일 11,723으로 최고점에 올랐다가 폭락해 33개월 후인 2002년 10월엔 7,197까지 밀렸다.
11일 마감지수는 전날보다 18포인트 하락한 9,737. 바야흐로 투자자들 표현대로 ‘큰 것 10개(Ten Grands)’의 시대가 눈앞에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시장 활력을 감안하면 ‘수주 또는 수개월 내’에 이 고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4년간 36차례 오르내린 이 고지는 이번에도 환영의 대상이 될까. 현재 분위기로는 과거처럼 모자를 던지는 환영행사는 없을 것이다.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조차 있다. 올 3월 이후 주가 상승장을 보유주식 처분의 기회로 삼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우지수 10,000은 또 다른 매도 타이밍일 뿐’이라는 우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폴 체니 수석 마켓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수개월간 다우지수가 9,800∼10,600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 지수대에선 상승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 투자자가 훨씬 적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투자정보회사의 편집장인 짐 스탠턴은 “내년쯤 다우지수가 10,000 이상이 되겠지만 새로운 저점을 보게 될 수도 있다”며 더 비관적인 태도다.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경제잡지 표지에 ‘다우지수 10,000’이란 기사가 실리면 옷도 하나 더 사게 되고 자동차 타이어도 하나 더 사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비가 늘어나고 기업실적도 좋아지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107년 역사의 다우지수에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세계적인 기업 30개가 들어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 마이크로소프트(MS), 월마트 등이다. 대표기업들의 대표지수가 움직이는 것에 따라 미국인들은 경기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다우지수 10,000은 블루칩에 좋은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블루칩들의 평균주가는 S&P 500지수나 나스닥에 속해있는 종목들에 비해 훨씬 싸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