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9시반,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옆의 한 기업형 포장마차.
지난달 중구에서 설치한 대형 화분 때문에 보도에는 올라가지 못하고 차로 절반을 점령한 채 영업 중이었다. 80여개의 탁자 중 반 정도가 손님으로 차 있었으며 일본어로 주문하고 주문을 받기도 했다.
20대 남자 종업원에게 “단속 나오면 또 술 먹다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안심하라는 듯 말한다. “오늘은 안 나와요.”
이날 오후 11시 강남구 테헤란로. 구에서 보도를 파고 화단을 만들어 버린 역삼역 부근을 제외하고는 테헤란로를 따라 100m 정도 간격으로 7개의 기업형 포장마차가 들어서 있었다.
지난달 13일부터 시작된 서울시와 기업형 포장마차의 전쟁이 이제 막 한 달을 맞았다. 그러나 계속되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포장마차들은 여전히 ‘눈치껏’ 성업 중이다.
▽단속 정보 새나간다=포장마차 단속 일시는 관계자 몇 명이 모인 회의에서 3, 4시간 전에 결정된다. 그러나 막상 단속을 나가면 기업형 포장마차들은 차량에서 집기를 꺼내지 않고 주차만 하고 있거나 ‘이 정도는 가져가도 된다’는 듯 집기 일부만 내놓는다. 단속정보가 새고 있는 것.
한 단속반 관계자는 “단속에 50명 이상의 직원이 동원되는 만큼 분명히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물증이 없다”고 털어놨다.
포장마차 영업이 갈수록 늦어지는 것도 새로운 풍속도. 보통 오후 6, 7시부터 장사를 하던 기업형 포장마차들은 요즘 단속반이 한 번 지나간 뒤인 오후 10시가 넘어야 자리를 펴는 경우가 많다.
집단적인 저항도 증가하는 추세. 지난달 테헤란로 일대의 포장마차를 정비하던 강남구 직원들은 업주들에게 쫓겨 10여명이 부상했다.
지난달 27일과 이달 6일에는 종로구 단속반원들이 종묘공원 앞 포장마차의 집기를 수거해 차에 실었다가 업주들에 의해 다시 빼앗기고 돌아오기도 했다.
▽끝없는 전쟁=시와 자치구는 이번 집중단속 기간 중 358건을 정비해 61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7건은 고발조치했다. 그러나 과태료를 내고 집기를 찾아간 업주들은 장사를 계속한다. 또 경찰이나 검찰에 고발하더라도 가벼운 벌금형에 처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나마 처리에 몇 달이 걸린다. 영장을 청구하면 대부분 기각된다.
현행 처벌이 장사를 그만두게 할 만큼의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
일부 업주와 시민단체들은 포장마차거리를 조성해 양성화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이에 대한 시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1989년 포장마차를 대대적으로 단속하면서 한강둔치 매점과 가판대의 운영권을 주었으나 운영권을 팔아버리고 다시 포장마차를 하는 사람이 많았을뿐더러 포장마차 영업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
또 과거에 서초구 방배동과 구로구 신도림역 부근에 시 주도로 포장마차촌을 만들기도 했으나 방배동은 주차장으로 변하고 신도림역 부근도 폐업 분위기다. 포장마차는 목적 없이 지나가다가 들르는 곳이기 때문에 장소를 지정하면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는 것.
시 건설행정과 김일기 팀장은 “꾸준한 단속으로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것이 최선”이라며 “시민이 스스로 불법 포장마차를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