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UIP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가 계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고교시절, 대학시절에 이어 이번에는 결혼 이야기를 다룬 ‘아메리칸 파이 웨딩’(감독 제시 딜런)이다.
‘아메리칸 파이’ 1편은 노골적으로 첫 경험을 추구하는 이스트 그레잇 폴 고교 졸업반 친구들의 좌충우돌 소동을 그렸고, 2편에서는 대학생이 된 그들의 첫 여름방학에 있었던 파란만장한 사연을 담아냈다. 3편은 짐(제이슨 빅스)이 미셸(앨리슨 해니건)에게 청혼하면서 둘이 ‘무사히’ 결혼식을 올리기까지의 우여곡절을 다루고 있다.
다들 사고 칠 나이는 지난 청년들이 됐지만 그들의 성적 유머와 황당한 무용담은 여전히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실컷 웃겨준다.
짐과 미셸의 결혼식을 앞두고 양가 가족들이 모이고 여기에 스티플러, 핀치 등 일당들이 다시 뭉치면서 갖가지 요절복통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짐이 레스토랑에서 미셸에게 청혼하는 날, 미셸이 식탁 밑에서 엉뚱한 일을 벌이다 짐의 바지가 훌렁 벗겨지는 바람에 짐이 망신을 당한다. 결혼식 날에도 짐은 은밀한 곳을 면도하다가 바람에 털들이 날아가면서 웨딩 케이크를 망쳐버린다.
여기에 예비신부가 원하는 웨딩드레스를 구해주기 위해 시카고에 간 짐과 친구 일당이 게이바에 들어가 소동을 벌이고, 친구들이 짐을 위해 스트립걸을 불러 총각 파티를 해주려다 신부 부모가 들이닥치는 바람에 상황이 꼬여버린다.
그중에서도 영화 내내 웃음을 이끌어내는 최강의 주역은 스티플러(숀 윌리엄 스콧). 사사건건 말썽만 피우는 여자 밝힘증 환자인 스티플러는 결혼반지를 잘못 간수하는 바람에 강아지가 낼름 반지를 집어삼킨다. 간신히 개똥에서 반지를 찾아내는 순간 어쩔 수 없이 맛있는(?) 초콜릿인 양 그것을 먹어야 하는 엽기적인 상황이 연출된다. 게다가 스티플러는 어두운 곳에서 짐의 할머니를 미셸의 여동생인 줄 착각하고 ‘일’을 벌이는데….
이처럼 야한 성적 코드와 유치한 농담으로 웃겨주는 ‘파이’ 시리즈의 기본기는 여전하지만 전반적 메시지는 굉장히 건전해졌다. 가족과 우정, 그리고 사랑의 소중함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젊은이들을 위한 섹스 코미디에다 가슴 훈훈한 감동을 덤으로 얹어주기 위해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엽기적인 남자’ 스티플러가 ‘착한 남자’로 변신하는 것이 3편의 새로운 감상 포인트. 제작사측은 ‘아메리칸 파이 웨딩’이 시끌벅적한 섹스 코미디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의 3편이자 완결편이라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면 나중에 또 ‘노인판 파이’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겠다. 14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