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값이 휘청대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불안요인으로 거론돼온 강남 일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정부가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자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동요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두 달 동안 서초구 반포저밀도 지구가 2억여원이 떨어지는 등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30%에 이르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음은 이를 잘 보여준다. 현재로서는 이 같은 하락세가 언제 멈출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정부의 ‘강남집값 떨어뜨리기’ 작전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정책들을 살펴보면 정부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너무 급조된 정책을 쏟아낸 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상충(相衝)하는 정부 정책으로 재건축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반포저밀도 지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작년 11월 어렵사리 마련한 반포지구 재건축 계획은 1년도 안돼 다시 새 판을 짜야할 형편이다. 올 9월 정부가 전용면적 25.7평 이하 소형 아파트를 60%까지 짓도록 소형평형의무비율을 강제했기 때문. 대형평형대신 소형 가구수를 늘려 서민을 위한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반포지구는 정부의 인구영향평가 대상에 포함돼 재건축 이후 신축 가구수를 현 가구수의 142.1%까지만 늘릴 수 있다. 현재 9020가구인 이 지역은 재건축 이후 1만2818가구까지만 늘릴 수 있는 셈. 인구밀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구수 상한선을 책정해 놓은 것이다.
가구수 상한선이 있는 상황에서 소형 평수의 가구수를 늘리다보니 엉뚱한 결과가 빚어지게 됐다. 소형 평수 이외의 나머지 가구는 40∼50평형이 아니라 80평형 이상 평형이 늘어나게 된 것. 일부 사업장에서는 100평형이 넘는 초대형 아파트마저 출현할 지경이다.
개발 억제와 소형평형 공급량 확대라는 두 가지 모순된 정책이 오히려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셈이다.
어느 누구도 집값이 안정돼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정책이라면 최소한 앞뒤는 맞아야 불만이 있는 사람도 참고 따를 수 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