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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포르노는 없다' 펴낸 박종성씨

입력 | 2003-11-14 17:15:00


정치학자인 박종성 교수(50·서원대)가 보기에 한국에 제대로 된 포르노그래피가 없다. 그는 ‘포르노는 없다’(인간사랑)에서 이 같이 주장한다.

박 교수는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는 본래 ‘창녀의 초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배계급의 패덕과 게으름을 고발하기 위해 그림이라는 형식으로 ‘도발’한 것”이라고 말한다. 프랑스혁명기에 타락한 왕실과 귀족의 허구를 서슴없이 드러내 비꼬기 위해 그들의 추잡한 행위들을 그림으로 그렸다는 것이다.

20여년간 정치학을 공부해 온 박 교수는 “이론에 빠져 현실이 이론처럼 되기를 바랐지만 현실이 그렇게 바뀌지 않아 안타까웠다”며 “고상한 이론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낮춰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가 택한 방법이 바로 주변 어디에나 있는 포르노그래피를 통해 현실을 설명해 보는 것이었다. 그는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사회에 만연한 매춘문제에 관심을 갖고 ‘권력과 매춘’(1996), ‘한국의 매춘’(2000) 등의 책을 집필했다.

박 교수는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아 쓴 뒤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외치며 정권을 잡은 후에는 정파적 이익에 따라 분당(分黨)을 하는 정치판의 모습이 바로 포르노그래피와 같다”고 말했다. 창녀와 즐긴 후 모든 죄를 창녀에게 남겨놓고 자신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떠나는 남자와 같다는 것이다. 포르노를 금하는 엄격한 법률이 형식상 제정돼 있지만 버젓이 포르노가 만연하고 있는 현실 역시 한국사회의 ‘포르노적인 위선’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책에서 한국 사회의 문화통제장치와 영화 소설 등 예술작품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박 교수는 “문학에는 마광수 염재만 등 제대로 된 포르노 작가가 있지만 영화에는 없다”고 결론 내린다. 그는 일본 영화감독 오시마 나기사(大島渚)의 ‘감각의 제국’(1976)처럼 “인간의 저변 의식을 과격할 정도로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인간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진정한 포르노그래피가 한국에서도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이런 작업이 포르노의 반교육성까지 미화하는 것으로 비칠까 우려된다는 염려도 잊지 않았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