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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3분내 ‘뒷일’ 끝내면 치질 굿바이

입력 | 2003-11-16 17:22:00


간밤에 마신 술자리의 뒤끝이 예사롭지 않다. 숙취 얘기가 아니다.

정모 대리(34·서울 송파구 가락동)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어기적어기적 걷는 자신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를 괴롭히는 것은 치질이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술 마신 다음 날에 항문이 부어올라 걷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가끔 변을 볼 때 피가 나기도 한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정 대리는 기분마저 찜찜해진다.

▽치질 대부분이 치핵=치질은 항문 안쪽과 바깥쪽의 질환을 통틀어 가리키는 질환. 항문 밖으로 근육 또는 혈관이 밀려 나오면 치핵, 항문이 찢어져 피가 나면 치열, 항문 주위가 곪아 고름이 생기면 치루라고 한다.

치질 환자의 70% 이상이 치핵이다. 직장인이 앓고 있는 치질 역시 대부분 치핵이며 정 대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정 대리는 외치핵과 내치핵을 함께 앓고 있는 혼합치핵 환자다. 보통 항문에서 안쪽으로 1.5cm 되는 길이에 있는 ‘치상선’ 위쪽을 내치핵, 그 아래쪽을 외치핵이라 부르는데 정 대리는 양 쪽 모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흔히 암치질이라 부르는 내치핵엔 신경조직이 없어 피가 나도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 수치질이라 불리는 외치핵은 혈전이 혈액흐름을 방해해 부어오르면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이 경우 피는 흘리지 않는다. 따라서 통증 없이 피만 흘린다면 내치핵, 출혈 없이 통증만 있다면 외치핵으로 분류한다.

▽수술, 최선 아니다=대장항문 전문의들은 쉽게 수술을 결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변을 볼 때마다 심하게 탈항(근육이나 혈관덩어리가 항문 밖으로 비어져 나오는 현상)되거나 염증으로 인해 통증이 심할 때,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했지만 효과가 없을 때 비로소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

치핵은 증세에 따라 크게 4단계로 나눈다. 다른 증세 없이 피만 나면 1기, 탈항이 있지만 변을 본 뒤 바로 원래대로 돌아가면 2기, 탈항 부위를 손으로 집어넣어야 한다면 3기, 손으로 집어넣어도 들어가지 않는다면 4기다.

1기와 2기, 3기 초기의 경우 수술보다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면서 칼을 대지 않는 비수술적 치료요법이 좋다. 비수술요법은 대부분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가장 많이 시술되는 방법은 밴드결찰술. 고무 밴드로 치핵 덩어리를 단단히 묶어 피가 통하지 않도록 하고 조직을 죽인다. 완치율은 80% 정도. 단 치핵 덩어리가 너무 크거나 작은 경우에는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의료보험이 적용되며 1회 시술에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보통 3주 간격으로 3회 정도 시술한다.

적외선이나 주사를 이용해 치핵을 얼려 죽이는 방법도 있지만 시술이 간편한 반면 효과는 밴드결찰술보다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생활습관 개선이 최상의 치료법=치핵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장시간 쪼그리고 앉아있는 경우 많이 생긴다.

화장실 변기에서 신문을 보는 등 오래 앉아 있다면 치핵 환자일 가능성이 크다. 변을 볼 때 배에 힘을 주는 시간은 1분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3분이 지나면 일을 끝내고 일어서도록 한다. 그리고 변을 본 뒤에는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는 게 좋다.

운동도 가려서 해야 한다. 골프는 채를 휘두를 때마다 항문이 압박되기 때문에 치핵 환자라면 삼가도록 한다. 또 낚시를 오래 하면 차가운 곳에서 장시간 같은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치핵이 급속하게 악화된다. 앉아있을 때 책상다리를 하는 것 역시 좋지 않다. 특히 이런 자세로 큰 소리를 치거나 술을 마시면 다음날 고통이 더욱 커진다. 술을 마신 다음날 탈항이 됐다면 그 부위를 씻고 손으로 슬쩍 밀어 올리고 쉬도록 한다. 그러나 만약 ‘이렇게 하면 반드시 피가 난다’ ‘저렇게 하면 반드시 탈항이 된다’는 공식이 성립된다면 병원을 찾아 수술 여부를 상담하는 게 좋다.

(도움말=서울 한솔병원 이동근 원장, 서울 대항병원 강윤식 원장, 대전 충청외과 김재호 원장)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항문주위 고름 생기거나 찢어지면 수술 고려▼

치루와 치열은 근육이나 혈관 덩어리가 비어져 나오는 치핵과 비교했을 때 원인과 증세, 치료법이 약간씩 다르다. 또 대부분 수술로만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

▽치루=항문 안쪽에 옆으로 샛길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치루’라 한다. 여기를 통해 진물이나 고름이 나오기도 하고 가스나 변이 새기도 한다. 항문이 불결해서 치루가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는 항문 위생과 상관없이 항문 주변에 고름이 생기는 ‘항문직장농양’이란 병에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 병은 항문샘에 변이 들어가 막히면서 발병한다.

고름을 제거해도 70% 정도가 재발한다. 흔하지는 않지만 치루암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수술 이외의 치료법으로 완치될 확률이 1%가 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항문을 조이는 괄약근을 부분적으로 제거하며 염증이 심할 경우 괄약근 손상을 막기 위해 두 번에 나눠 수술하기도 한다.

▽치열=항문이 좁아져 변을 볼 때 피부가 찢어지면서 피가 나고 아픈 병이다. 얼핏 보면 치핵과 증세가 비슷하지만 치열은 괄약근의 탄력성이 줄어 변이 나올 때 잘 열리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치열 초기에는 집에서 예방적 치료를 하는 게 좋다. 따뜻한 물에 좌욕을 하거나 식이섬유를 먹는 등 치핵의 예방법과 비슷하다.

보통 발병한 지 1, 2개월 정도인 급성치열의 경우 이런 예방적 치료를 하면서 변을 부드럽게 하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 어느 정도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치열이 오래 돼 이미 항문이 상당히 좁아진 경우에는 수술을 검토해야 한다. 보통 증세가 3개월 이상 계속됐거나 항문 주변이 늘어졌을 때, 또는 통증과 출혈의 정도와 빈도가 점점 강해진 만성치열일 때 수술을 한다.

일반적으로 변을 본 뒤 30분간 통증이 계속된다면 수술 여부를 검토하는 게 좋다. 이 경우 안쪽의 괄약근을 절단하는 수술을 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치질 예방을 위한 생활 10계명 ▼

① 10분 이상 변기에 앉아있지 않는다. (가능한 한 3분 이내가 좋다)

② 변을 볼 때는 너무 힘주지 않으며 책 등을 읽지 않는다.

③ 매일 같은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들인다.

④ 40도 안팎의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한다.

⑤ 평소 섬유질이 많은 식품으 먹는다.

⑥ 짜고 매운 음식, 술, 담배를 피한다.

⑦ 지나치게 무거운 것을 들지 않는다.

⑧ 골프 등산 낚시 등 엉덩이에 무리한 운동은 피한다.

⑨ 쪼그리고 앉거나 책상다리를 하지 않는다.

⑩ 몸에 끼는 속옷을 피하고 면 속옷을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