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32세 청년 최고경영자(CEO)의 죽음이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모 게임업체 사장인 김모씨는 새벽 술자리에서 거친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든 뒤 눈을 뜨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망원인은 심근경색. 과로와 스트레스로 몸이 안 좋은 상태였다고 하네요. 업계에서는 “벤처기업 활동의 온갖 쓴맛을 다 보고 결국 허무하게 죽었다”는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게임업계에서 들리는 김 사장의 짧은 사업 과정은 이렇습니다. 서울의 ‘좋은 대학’ 공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했던 그는 99년 게임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정보기술(IT)붐이 일던 시절 한 번에 10억원 이상을 투자받았고 작년 6개월 동안 개발한 온라임 게임은 동시접속자수가 2만명을 넘어서는 등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업은 가시밭길이었습니다. 돈을 대겠다던 창업투자회사는 막판에 다른 업체로 등을 돌렸고 완성된 게임은 배급사를 찾지 못했습니다. 월급을 제때 못 준다는 이유로 동업자 후배에게서 ‘악덕기업주’로 고발당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게임 개발에 실패한 한 직원이 잠적했습니다. 김 사장이 수소문한 결과 “몸이 아파 결근했다”는 답변을 듣고 치료비를 마련해 줬다고 합니다. 게임 실패의 책임을 지고 빚더미에 올라선 김 사장에게 돌아온 것은 직원이 그 돈으로 태국 여행을 다녀왔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주식을 나눠받고 지분이 높아진 직원들은 의견 충돌이 생기자 사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습니다. 믿었던 동업자는 이해득실을 따지며 직원들과 사장 사이를 이간질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사장에서 이사로 물러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격무로 제때 운동을 못하고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다 보니 몸은 무거워져 갔습니다. 사업상 자주 술을 마셨고 담배도 늘었습니다. 매번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겠다”고 열의를 보였지만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은 것입니다.
한 창투사 관계자는 “젊은 시절의 순수한 가치관과 열정만 가지고는 한국에서 사업하기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소수 게임벤처회사들의 성공 스토리 뒤에는 이렇게 이름 없이 실패하고 사라져간 수많은 젊은 사업가들이 쌓여 있는 듯 했습니다. 뒤늦게 알게 된 그의 죽음의 배경은 생각보다 많이 우울했습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