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나라 대표단이 다룰 주요 현안인 이라크 파병과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가 앞으로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뜨거운 관심은 당연하다. 대다수 국민은 조영길 국방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이끄는 한미 대표단이 상호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어려운 현안을 놓고 마주 앉을 양국 대표단의 부담이 크겠지만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미가 50년 동맹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든든한 배경을 현안 해결에 적용한다면 두 나라 국민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양국은 하나를 주면 반드시 하나를 받아야 한다는 이기적 계산보다는 동맹의 정신을 살린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라크 파병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한국이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는 문제다. 우리는 파병부대의 경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미국은 우선 한국 정부가 제시하는 방안을 경청해야 한다. 고심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린 한국 정부와 한국의 여론 동향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의 제안을 평가할 때 이라크 현지의 상황 악화에 따라 파병을 주저하는 각국 정부의 태도와 비교하는 것도 잊지 말기 바란다.
우리 정부 또한 신중하면서도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미국이 무리한 요청을 한다면 모르지만 납득할 만한 주장에 대해서는 성의를 보이는 것이 동맹국의 자세다. 미국의 이라크 전략과 파병 관련 요구사항을 파악한 뒤 국익과 한미동맹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파병 전략을 적절히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도 양국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호혜적인 변화를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지만 한반도 안보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는 우리측의 바람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 특히 파병 문제 조율이 순조롭지 않다고 해서 주한미군 재배치에 나쁜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두 가지가 동시에 현안으로 부상했지만 논의 자체는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파병 여부에 따라 미군 재배치의 시기와 규모가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SCM은 한미 양국에 큰 도전이다. 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기면 두 나라 관계는 더욱 성숙한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 양측 모두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로 임하기를 바란다. 양국의 견해차가 커 조율이 어렵다면 좀 더 시간을 두고 논의를 계속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