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물리학과 박홍이 교수가 ‘30원’이라는 제목으로 카툰집을 펴냈다.
‘카툰 아포리즘’이란 부제를 단 이 책은 종교적 고전적 지혜가 짙게 깔린 48개의 잠언이 등장한다.
“죽음이란 TV 채널을 바꾸는 것과 같다.”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며(불이·不二) 인연에 따라 왔다가 인연이 다하면 사라진다는 것. 죽음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잠언은 익히 알고 있는 것이지만 카툰을 통해 추상적인 잠언을 시각화했다. 잠언을 한글외에 영어로도 옮겨놓은 것도 독특하다.
박 교수는 1997∼99년 물리학회지에 ‘깽패’라는 제목으로 4컷짜리 만화를 연재했다. ‘깽패’는 ‘깽판을 쳐서 판을 새로 짜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썼고 영어로는 선각자(Prophet)로 번역했다. 만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궁리하느라 그의 연구실에는 만화를 그린 종이들이 눈에 띈다.
왜 책 제목이 ‘30원’일까.
“몇 해전 재가불자협회에서 시신에 염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시신을 닦고 옷을 입힌 다음 저승가는 노자를 가슴에 묻어주는데, 10원짜리 하나 넣고 ‘1000냥이요’, 또 하나 넣고 ‘2000냥이요’, 또 하나 넣고 ‘3000냥이요’라고 말합니다. 결국 30원 가지고 가는 게 인생입니다.”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