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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송철주/초등생도 책임질 줄 아는데…

입력 | 2003-11-17 18:39:00

송철주


초등학교의 점심시간. 학교 급식제도가 시행되면서 이 점심시간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양은도시락에 싸온 밥을 난로 위에 데워 먹던 정겨운 모습은 이제 교육박물관에나 가야 찾아볼 수 있다. 어머니가 정성스러운 손끝으로 싸주신 각기 다른 반찬을 나눠먹던 시절이 그립다.

요즘은 급식차가 교실에 도착하고 음식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호기심은 절정에 이른다. 동작이 빠른 아이들은 어느새 급식차 주위에 모여들어 오늘 반찬이 뭔지, 오늘 국거리가 뭔지를 미리 확인해 같은 반 친구들에게 알려주느라 또 한바탕 법석을 떤다.

“선생님, 어서 식사하셔야죠.” 수업 뒷정리를 하느라 미처 다가서지 못한 선생님에 대한 아이들의 배려다. 이럴 때 아이들이 정말 예쁘고 고맙다.

며칠 전의 일이었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교실 바닥에 국물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분명히 우리 반 누군가의 실수일 텐데 점심을 다 먹도록 치우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 국물 흘린 사람이 누구예요?” 평소 장난을 좋아하고 잘 웃는 남자 아이 ‘재형’이가 나왔다. “선생님, 제가 흘렸는데 미처 치우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한 경위는 알 수 없었지만 ‘죄송하다’는 ‘재형’이의 대답 자체가 고마웠다. 이럴 때 그 경위를 더 물어 무엇 하겠는가.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알고, 그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아이의 그 순수한 마음이 고마웠던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들 한다. 실수를 저지르고도, 법을 어기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목소리만 크니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한탄스럽기도 하다. 필자는 그날 우리 반 아이들에게 ‘재형’이의 예를 빌려 평소에 하고 싶던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란다. 하지만 그 실수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두 번 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고 명랑한 사회, 살기 좋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 새겨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송철주 서울 중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