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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군포로 탈북자도 외면하다니

입력 | 2003-11-17 18:45:00


자신이 국군포로라고 주장하는 탈북자가 최근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고 한다. 전용일씨(72)를 후원해 온 납북자가족모임이 밝힌 사연은 이렇다. 9월 15일 탈북한 전씨는 대사관 출입이 가능한 조선족 대리인을 수차례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 보내 입국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대사관측은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 “알아서 한국에 가라”며 전씨의 호소를 외면했다. 결국 전씨는 부인과 함께 우리 정부의 도움 없이 위조여권으로 입국을 시도하다가 체포됐다는 것이다. 전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도대체 이런 무심한 정부가 또 있을까 개탄스럽다.

국군포로라면 법적으로 우리 국민이다. 더욱이 이들은 국가를 위해 싸우고, 거기에 더해 50년이란 긴 세월을 희생한 사람이다. 당연히 여느 탈북자와는 처우가 달라야 한다. 전씨의 경우 국립현충원의 전사자 명부에도 등록돼 있다고 하니 국군포로임이 분명해 보인다.

중국 주재 우리 외교공관이 몰려드는 탈북자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전씨와 같은 국군포로 출신자까지 외면한 처사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동안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에 우선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한 정부의 말은 모두 빈말이었단 말인가. 외교당국은 뒤늦게 진상조사에 나선다고 하지만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탈북자 관련 업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국방부도 이번 일을 계기로 국군포로 관련 자료를 보완하는 노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10월 현재 생사 여부와 신원이 확인된 국군포로는 1186명, 이 중 생존이 확인된 국군포로가 500명이다. 그러나 전씨가 국군포로 명단에는 빠진 채 전사자로 처리돼 있었다는 점에서 드러났듯 이 숫자는 여전히 추정치일 뿐이다.

그중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전씨의 송환을 위해 외교력을 모으는 일이다. 북한에 대해 국군포로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지도 못하고 있는 마당에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찾아온 국군포로마저 외면한다면 그건 제대로 된 정부라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