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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이승엽 일본행만은 제발…

입력 | 2003-11-18 02:28:00


이승엽이 최근 “미국행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일본으로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말은 전략적인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승엽은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순간 미국에서 러브콜이 쇄도할 것으로 생각했다. 우리도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올겨울 메이저리그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다. 미국에서만 210여명의 FA가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 헐값 연봉의 플로리다 말린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것은 각 구단이 허리띠를 졸라매게 한 원인이 됐다.

이승엽이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배경이다. 또 그의 말마따나 국내 언론에 난 일본행 발언 기사를 보고 미국에서 다시 한번 그에 대한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승엽이 일본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데에 기자는 반대한다. 이승엽은 대한민국이 낳은 최고의 타자다. 그래서 ‘국민타자’다. 한국 야구의 자존심이 원하는 미국을 못 가고 차선을 택한다는 자체가 분통 터지는 일이다. ‘국민투수’ 선동렬과는 비교할 수 없다. 선동렬이 일본으로 간 것은 전성기를 넘긴 30대 중반 때였지만 이승엽은 지금 한창 나이다.

위험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이종범의 선례를 지켜봤다. 일본이라고 결코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차별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승엽이 요미우리 자이언츠 같은 구단에 가서 때로는 벤치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된다면 항상 최고의 타격감각을 유지하리란 보장도 없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센트럴리그의 경우 1루수밖에 할 수 없는 이승엽에겐 여러 가지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는 이승엽이 미국을 못 간다면 국내 잔류를 권하고 싶다. 이승엽의 걱정과 달리 국내에 남을 경우 4년간 FA로 묶이는 것은 큰 문제가 안 된다. 이미 선언한 FA는 물릴 수 없지만 삼성의 양해를 얻어 1년 계약만 한 뒤 내년 겨울에 삼성으로부터 방출 절차를 밟으면 된다. 이 경우 훗날 국내에 돌아온 이승엽이 ‘배신을 때려’ 다른 팀과 계약하면 삼성은 FA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걱정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승엽이 그럴 이유는 절대 없다. 지도자가 아닌 선수로서의 이승엽은 ‘영원한 삼성맨’이기 때문이다.

한국 야구의 영웅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자의 짧은 생각을 올려봤다.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