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5%일까?’
최근 KCC 정상영 명예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매집방식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이른바 ‘5% 룰’을 지키지 않고 사모(私募)펀드에 숨어 필요한 만큼의 지분을 몰래 사들였기 때문이다.
증권거래법은 ‘발행주식의 5% 이상을 최초로 사들인 자는 5일 이내에 지분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분변동 내용을 공개해 해당 기업에는 경영권 방어의 기회를, 시장에는 투자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다.
증권거래소는 5%가 기업의 인수합병(M&A)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 기업의 주식을 5%나 소유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그 이상의 지분을 사들이는 행위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주요 증시에서도 신고 대상 최소 지분이 5%로 모두 같다.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주식을 살 때 어느 정도를 사야 할지 늘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기업가치 등을 따져 어렵사리 투자대상을 결정한 뒤에도 5%를 넘길 것인지를 놓고 다시 동료 매니저들과 입씨름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일부 펀드매니저는 “펀드의 움직임이 시장에 알려지는 것이 싫다”며 5% 이내 지분만 매집하기도 한다. 최초 5% 이상 주식 보유는 물론 이후 1% 이상 변동이 생길 때마다 이를 공시해야 하는 과정이 귀찮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4.99% 정도까지만 사들인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M&A설을 피워 올린 외국계 펀드들이 최초로 신고하는 지분이 보통 5∼8%대 수준이라는 것. 대형펀드의 경우 개별종목에서 어느 정도 수익을 기대하고 집어넣는 투자 규모가 그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그러나 한 M&A 전문가는 “외국계 펀드가 M&A 기대감으로 주가를 높이기 위해 증시에 입질을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5∼6%의 지분 매입으로 ‘경영권에 관심이 있다’는 메시지를 살짝 공개한 뒤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면 시세차익을 얻고 나간다는 것.
‘M&A 광풍(狂風)’이 몰아치는 증시에서 외국계 펀드의 성격과 ‘5%’ 공시 배경에 담긴 실제 M&A 가능성 등도 잘 따져볼 시점이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