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9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행정자치부 장관 이취임식에서 허성관 장관(오른쪽)과 김두관 전 장관(가운데)이 간부 직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행정자치부
행정자치부는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인 1998년 내무부와 총무처가 합쳐져 탄생했다. 정부조직 및 공무원인사 관리업무를 해 온 총무처는 자유롭고 합리성을 중시하는 분위기였던 반면, 지방행정과 치안을 관리해 온 내무부는 지휘계통과 위계질서를 최우선으로 하는 일사불란한 조직이었다. 이렇게 이질적인 조직의 통합은 필연적으로 양측 구성원간의 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구 내무부 및 총무처 인맥간의 파워게임은 내무부 출신의 일방적 승리로 귀결되고 있다. 양 부처를 통합하면서 2국 5과를 줄이는 과정에서 총무처 쪽이 다수 ‘희생’됐을 때 승부는 이미 판가름 났다고 할 수 있다. 세 불리를 절감한 구 총무처 직원들 중 상당수는 통합 때 아예 청 또는 위원회 급의 ‘하부기관’으로 자원해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장차관 자리는 내무부 출신이 독식하고 있다. 총무처 출신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장차관에 오른 적이 없다. 행자부 ‘넘버3’인 차관보 직도 내무부 출신만 맡았다. 현 권오룡(權五龍) 차관보가 총무처 출신으로는 처음 차관보에 오른 사람이다. 차관급 보직인 소청심사위원장,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직도 내무부 출신들을 위한 자리다.
이에 대해 최양식(崔良植) 행자부 기획관리실장은 “자유로운 사고와 조직적 충성심을 중시했던 두 조직이 심리적 긴장관계를 거쳐 갈등을 치유해가며 새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해명한다.
행자부는 업무 자체가 차관보(1급)가 책임자인 구 내무부 분야와 기획관리실장이 이끄는 구 총무처 분야로 완전히 구분돼 있다. 행자부의 핵심은 이른바 ‘4대국’으로 불리는 자치행정국, 지방재정국(구 내무부 분야)과 인사국, 행정관리국(구 총무처 분야)이다.
자치행정국 중에서 자치행정과는 통합 전 내무부 지방행정국의 행정과에 해당하는 자리로, 특히 관선 시도지사 시절에는 엄청난 권력이 집중됐던 요직이다. 이 자리를 거쳐 간 사람들이 출세가도를 달리며 구 내무부 안에서 ‘성골’라인을 형성했다. 하지만 민선 지자체장 시대가 되면서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다는 평가다.
그에 반해 지자체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을 배정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지방재정국은 지금도 핵심 보직으로 꼽힌다. 지방재정국장은 특별교부금 지방양여금 등과 같은 큰돈을 주무르기 때문에 역대 장관들은 한결같이 이 자리에 최측근을 앉혔다.
행자부 장관으로는 김정길(金正吉) 김기재(金杞載) 최인기(崔仁基) 이근식(李根植·이상 DJ정부) 김두관(金斗官)씨 등이 거쳐 갔다. 9월에 취임한 허성관(許成寬) 현 장관까지 포함하면 부처 출범 6년이 채 안되는 기간 중 장관이 6명이나 나올 정도였으면 상당히 단명인 셈이다. 선거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경찰조직과 지방행정 지원을 담당하는 부처이다 보니 정치 바람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장관은 경남, 차관은 전남 출신이 거의 독식해 왔다는 점이다. 6명의 역대 장관 가운데 최인기 전 장관(전남)을 제외한 5명이 경남 출신이고, 차관은 현 김주현(金住炫) 차관까지 6명 가운데 4명이 전남 출신이다. 이에 비해 대전 충남 출신은 단 한 명도 장차관 및 차관보에 오르지 못하는 등 지역편중이 눈에 띈다. 행자부의 현 국장급 이상 간부 18명 중에서도 대전 충남 출신은 한 명뿐이다.
구 내무부와 총무처에서는 7급 또는 9급으로 들어와 고위직까지 승진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김종호(金宗鎬) 전 내무장관, 정종택(鄭宗澤) 전 정무장관은 내무부 주사에서 시작해 장관까지 오른 ‘전설적인’ 인물들이다. 그러나 갈수록 고시 출신 파워가 세지고 있는데, 현재는 12명의 국장급 간부 중 비고시 출신은 3명에 불과하다.
5급 사무관(계장급)에서 시작하는 고시 출신들이 과장(서기관)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10∼11년. 과장에서 국장이 되려면 7년 정도는 지나야 기회가 온다.
행자부가 유능한 외부인의 수혈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로 도입한 개방직위제는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감사관 인사국장 정보화기획관 등 3자리가 개방직위제에 해당한다. 특히 정보화기획관의 경우 순수한 외부 전문가가 들어와 부처의 핵심 과제인 전자정부 추진을 총괄해 성공한 사례로 손꼽힌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