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홈쇼핑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19일 그룹총수로는 처음으로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재계는 “이렇게 빨리…”라며 충격에 휩싸였다. 재계는 “검찰 수사의 칼끝이 어디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충격에 휩싸인 재계=금호그룹은 이번 수사가 경영진의 사법처리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박 회장은 17일부터 회사가 아닌 외부에 머물면서 변호사 등과 사태해결을 위한 대책 등을 논의한 뒤 18일 밤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박 회장이 취임한 이후 뇌물관행 철폐 등 ‘윤리경영’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금호그룹은 그동안 쌓아온 기업이미지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박 회장은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윤리위원회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재계의 ‘윤리전도사’ 역할을 자임해왔다.
금호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상황이 아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먼저 조사를 받다보니 매도 먼저 맞는다”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구본무 LG회장 출국금지→LG홈쇼핑 압수수색→박삼구 회장 소환조사’ 등 연일 충격적인 조치가 이어지자 재계는 “대외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며 조속한 수사 종결을 주문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수사가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심리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그룹 총수와 핵심 임원들이 출금당하고 회사들을 압수수색하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투자하겠느냐”고 말했다.
▽재계, 검찰과 ‘빅딜’하나=강신호(姜信浩) 전경련 회장 대행은 19일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검찰도 체면이 있다”며 “검찰총장과 (이 문제를)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이날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을 만나기 직전 ‘검찰총장과 만나면 어떤 문제를 논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밝혔다. 이는 전경련이 앞으로 검찰이 요구하고 있는 기업들의 ‘고백’을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
강 회장과 송 총장은 이날 면담에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강 회장은 구본무 LG회장 출국금지 등에 따른 충격파를 있는 그대로 전했으며 송 총장도 그동안 검찰이 기업들에 가졌던 불만을 솔직히 털어놓았다는 것.
모임에 동석했던 현명관(玄明官) 전경련 부회장은 “조만간 수사대상 기업들에 이날 총장이 요구한 협조사항을 전달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회원사들을 직접 접촉하겠다”고 밝혔다.
현 부회장은 또 “기업이 충분히 협조하면 대선자금 외에 일반 비자금은 수사하지 않겠다는 대검 공보관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경우 ‘선처’하겠다는 검찰 약속을 상기시킨 것. 이에 따라 검찰로선 ‘수사협조’를, 기업으로선 ‘선처’를 서로 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