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평화/한대수 사진집/152쪽 2만원 시공사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목 마르요, 물 좀 주소….”
1970∼80년대 군부독재 시대에 자유주의자의 갈망을 노래하다가 ‘저항가수’ 취급을 받기도 했던 한대수씨(55). 그는 9장이나 되는 자작 앨범을 발표한 실험적 대중가수인 동시에 미국 뉴욕에서 35년째 살며 가끔 서울을 오고가는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 사진집에는 거창한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작은 평화’의 순간들을 포착해내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하얗게 ‘평화의 여신상’ 분장을 하고 해골의 탈을 쓴 채 반전시위를 하는 사람, 천진난만하게 수다를 떠는 동자승들, 한없이 평화로운 자세로 단꿈에 빠진 두 노숙자, 빨랫줄에 걸려 있는 양말 손수건 팬티들과 그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
26일까지 서울 홍익대 앞 예술서점 아티누스 전시관에서 사진집 출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02-326-2326
김형찬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