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 80년대 해외근무 주재원들은 국내 직원에 비해 세 가지 이점을 누렸다. 주5일 근무와 좋은 자동차, 그리고 골프였다. 해외근무 자체보다 이런 데서 느끼는 만족감이 더 컸던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 이점은 사라졌다. 한국이 그만큼 사회경제적으로 발전한 셈이니 서운하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자녀들에게 영어를 배울 기회를 준다는 점도 한때 주재원이 누리는 특혜로 꼽혔지만 ‘기러기 엄마’의 출현 이후 특혜로서의 가치가 떨어진 지 오래다.
주5일 근무는 한국에서도 은행을 필두로 확산돼 가는 중이다. 그런데 토·일요일 모든 은행이 문을 닫는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198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근무할 당시 은행들이 토요일에도 오전 7시부터 문을 여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미국 은행들은 토요일 영업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은행 일을 보려는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주와 뉴저지주 일대에서 활발한 영업을 펼치는 커머스 뱅크가 있다. ‘미국에서 가장 편리한 은행’을 내세우는 이 은행의 또 하나의 캐치프레이즈는 ‘7부터 7까지, 일주일 7일간 개점(7 to 7, 7 Days Open)’이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평일은 물론 토·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일요일에 문을 여는 것은 돈 많은 유대인 고객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토요일엔 교회에 가기 때문에 일요일에 은행 일을 보고 싶어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요일에도 은행 문을 활짝 열어 놓게 됐고 이는 일반 고객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이런 고객 편의적인 영업을 기반으로 커머스 뱅크는 지점 수를 현재 260여개에서 550개로 늘린다는 야심에 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점포 건물도 똑같이 짓기 때문에 땅만 확보하면 두어 달 안에 점포가 들어선다. 그런 데서도 그들의 ‘발 빠른 영업전략’을 느낄 수 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고 해서 직원 모두가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른 아침엔 창구직원 일부만 출근해 입·출금 등 업무를 챙긴다. 오전 7시 출근해서 오후 2, 3시에 퇴근하는 조와 오전 11시 출근해 오후 7시까지 근무하는 조 등 업무시간대를 달리 편성하기도 한다. 토·일요일 근무 직원에게는 초과근무 수당이 지급되며 간부에게는 평일 대체휴일이 주어진다. 토요일 문을 여는 은행들이 일반적으로 이렇게 한다.
한국에선 토·일요일엔 결제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미국의 경우는 이를 장부상으로 월요일 거래로 넘기는 방식 등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런 것을 두고 한국식, 미국식으로 나누고 싶지는 않다. 한국 방식에도 경쟁력이 높은 점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 은행원들은 그리 친절하지 않다. “뭘 도와드릴까요(May I help you)”라고 말하지만 아무래도 딱딱하고 사무적이다. 올해 현지은행을 인수하면서 미 동부지역 지점 수가 12개로 부쩍 늘어난 우리아메리카 은행도 직원들에게 “고객들에게 더 친절하라”고 교육하고 있다. 나도 직원들에게 “한국의 은행에 전화를 걸어 은행원의 고객응대법을 잘 배우라”고 말한다.
은행의 영업시간이든 고객응대법이든 고객을 얼마나 편하게 해주느냐가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황록 미국 우리아메리카은행 이사·뉴욕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