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출신 탈북자 전용일씨 부부의 귀환을 위해 정부가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우리 외교공관은 전씨 부부가 북한으로 송환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전씨 부부가 최종적으로 남한 땅을 밟기 전까지는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이유는 이 사안을 처리하는 정부의 자세가 미덥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씨 부부가 중국 공안에 체포된 17일 외교통상부는 “적절한 절차에 따라 입국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 전씨 부부가 국경도시인 투먼(圖們) 탈북자 수용소로 압송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이틀 사이에 외교 당국이 전씨 입국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국방부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국군포로 확인 과정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는 9월 전씨의 신원을 묻는 현지 무관의 요청에 포로명단만을 확인한 채 부정적인 답변을 보냈다고 한다. 국방부는 전씨가 체포돼 사건이 공론화된 뒤에야 전사자 명부를 통해 그가 국군포로임을 확인했다. 국방부의 무성의한 일 처리 때문에 50년 만에 사지(死地)를 탈출한 노병(老兵)의 소망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러고도 국방부가 국군포로 문제 해결에 애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미국은 96년 이후 6·25전쟁 때 전사한 미군 유해를 찾기 위해 북한에 많은 돈을 줘가며 발굴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50년 전에 사망한 자국 군인을 끝까지 챙기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따르지는 못할망정 스스로 찾아온 국군포로마저 제대로 맞지 못한 이 정부의 처사는 참으로 부끄럽다.
전씨는 반드시 한국으로 데려와야 한다. 고령의 전씨가 여생을 한국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중국 정부도 특수한 신분의 탈북자임을 감안해 전씨의 한국행에 협조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