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낮 12시반(현지시간 오전 7시반) 한국 국회 이라크 조사단이 머물고 있는 바그다드의 팔레스타인호텔에 로켓포 공격이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와 정치권은 상황 파악을 하느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조사단장인 강창희(姜昌熙·한나라당) 의원은 피습 후 YTN과 전화통화를 갖고 “조사단원은 모두 무사하다”며 “지금은 전부 평온한 상태로 정리단계”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현지상황을 전했다.
강 의원은 “폭발음은 있었는데 (호텔 건물에) 큰 충격은 없었다”며 “조사단원들은 각자 12층 객실에서 샤워를 하거나 옷을 갈아입고 있었는데 아무 피해도 보지 않았다”고 전해 왔다. AP통신 등 외신은 “호텔은 총 18층이며 이 중 8, 15, 16층 등에 6발의 로켓이 날아들었다”고 보도했다.
강 의원은 또 “과격분자들이 불특정 다수를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로서는 테러가 아닌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며 담담한 심정”이라고 전해 왔다.
이라크 조사단은 단장인 강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한충수(韓忠洙), 열린우리당 송영길(宋永吉),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의원 등 4명과 실무지원팀 등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당시 팔레스타인호텔에는 이들과 이라크 주재 한국 대사관의 손세주 대리대사 등 직원 5명 및 안내원 2명 등 총 17명의 한국인이 머물고 있었다.
외신들은 “이 공격으로 미국 핼리버튼사 하청업체 직원이 중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군인들이 현장을 봉쇄한 채 조사하고 있어 정확한 피해상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2발의 공격을 받은 인근의 셰러턴호텔도 유리창이 깨지고 엘리베이터가 부서지는 피해를 보았다. 또 이라크 석유부 청사에도 최소한 8발의 로켓 공격이 가해졌으며 그중 2발이 폭발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미군과 이라크 경찰은 팔레스타인호텔 인근 사둔거리에서 30여발의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대가 타이머에 연결된 채로 발견된 점으로 미뤄 범인들이 무인 발사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흐메드 이브라힘 이라크 외무장관은 “이번 공격은 알 카에다의 소행으로 보인다”며 “이라크 경찰은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대대적인 작전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 직후 집무실에서 국회를 찾은 국방부 연락단장으로부터 호텔 피격 사실을 보고받았다. 박 의장은 “아무 인명피해가 없다니 다행이다”며 “당초 계획대로 조사활동을 실시할 수 있을지 강 단장이 현지 사정에 따라 잘 처리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조사 일정을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지금은 이라크 전직 외교관과 여행사 직원들을 만나 현지 여론을 듣고 있다”고 전해 왔다.
장영달(張永達) 국방위원장은 “이라크 치안상황이 우리의 재건부대가 파견됐을 때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인지를 조사단이 귀국하면 보고받고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국회 이라크 조사단의 피격 경위와 파급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했다. 특히 추가파병 문제의 가닥을 잡은 상태에서 파병반대여론이 고조될 것에 대한 대책수립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