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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감기, 병원간다고 다 나을까?

입력 | 2003-11-23 17:27:00


콜록콜록. 날씨가 추워지면서 아이의 기침소리도 커진다.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동네의원에 간다. 그리고 주사 한방을 맞히고 온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동네의원들이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비율이 68%, 주사제 사용 비율은 40%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 비율이 프랑스는 48.7%, 독일은 7.7%로 나타났다. 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투여에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 비율은 20% 정도로 추정된다.

의사들은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감기와 항생제,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감기는 몸 안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목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병으로 의학용어로는 ‘상기도감염’. 바이러스 종류만 100종을 웃돈다.

감기를 겨울 계절병으로 알기 쉽지만 추위는 감기와 관련이 없다. 기온이 극도로 낮은 남극은 바이러스의 생존이 어려워 감기 환자가 없다. 추운 날 바깥에서 활동하면 콧물이 흐르는 것 역시 혈관수축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면 겨울에 감기가 많은 이유는 뭘까. 건조함 때문이다. 겨울에는 습도가 낮아 건조한 데다 난방을 하면 실내공기는 더욱 건조해져 목 안 점막에 손상을 주게 된다.

‘감기는 치료하면 1주일, 치료하지 않으면 7일’이란 말이 있다. 감기에 묘약이 없다는 얘기다.

한양대병원 소아과 이하백 교수는 “감기 치료법은 없으며 증세를 완화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감기약은 해열진통제, 진해거담제, 항히스타민제 등 증세 완화 성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약은 앓는 기간을 줄일 수는 없다.

항생제는 박테리아에만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감기의 증세를 개선하지도, 기간을 줄이지도 않는다. 감기 증세를 보이는 환자 중에서도 39도 이상의 고열이나 호흡곤란, 극심한 통증의 경우 바이러스 질환이 아니라 세균감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항생제를 써야 한다.

▽항생제 불감증=의사들은 감기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쓴다. 그러나 발생하지 않은 병을 미리 처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감기와 증세가 비슷한 폐렴 등 세균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를 쓰기도 한다. 감기 환자이지만 혹시 폐렴일 가능성도 있어 항생제를 ‘보험’으로 쓴다는 것. 항생제는 가장 안전한 약이란 인식도 깔려 있다. 소아과 의사의 솔직한 고백을 들어보자.

“감기 환자에게는 일단 항생제를 쓸 수밖에 없다. 이 중 한두 명은 폐렴일 가능성이 있는데 이들은 당장 항생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이런 항생제 불감증은 항생제 내성으로 이어져 정말 약을 써야 할 때 전혀 듣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는 “항생제는 병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적정량을 충분한 기간 사용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폐렴을 치료할 때 항생제를 매일 3g씩 1주일 써야 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보험’으로 항생제를 사용할 때 의사들은 습관적으로 ‘1.5g씩 3, 4일’ 하는 식으로 적은 양을 단기간 처방한다. 결국 폐렴 치료는 고사하고 항생제 내성만 키우게 된다.결국 폐렴도 못고치고 항생제 내성만 생기게 된다. 감기 치료와 관련해 서울대병원 소아과 이환종 교수는 “환자와 의사가 서로를 믿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감기와 세균감염을 구별하는 진단키트가 있지만 환자와 의사 모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진단키트를 사용하면 진료비가 올라가 환자가 싫어할 뿐 아니라 의사들도 “바가지를 씌운다”는 환자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

감기다 싶으면 무조건 병원부터 찾는 환자의 조급증도 고쳐야 한다. 아프면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하고 주사가 효과적이라는 맹신도 버려야 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비타민C-한방茶 복용하면 증세완화 도움▼

감기에 걸리면 마스크를 쓰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외부로부터 바이러스의 추가 침투를 막고 다른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 또한 막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특수 제작된 마스크가 아니라면 감기 바이러스를 막을 만큼 입자가 촘촘하지 않다. 다만 차가운 외부공기를 막아줘 보온 효과를 볼 수는 있다.

감기를 방치하면 독감으로 발전한다는 생각도 틀렸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며 감기의 원인 바이러스는 다양하다.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 방법도 다르다.

땀을 빼면 감기가 낫는다는 것 역시 옳지 않다. 땀이 나서 열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열이 내리면서 땀이 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내 봤자 열이 내리지는 않는다. 만약 춥다면 가벼운 이불을 덮는 게 좋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아이들은 체온이 더 오를 위험이 있어 좋지 않다. 아이들은 옷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로 닦아내면서 열을 내려줘야 한다.

비타민C가 감기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가 하는 논쟁도 생각해 봐야 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비타민C는 증상을 완화시켜 줄 수 있지만 감기를 예방하는 효과는 없다는 게 대부분 의학자의 견해다.

한방차도 감기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특히 매실과 모과로 차를 만들어 마시면 목감기의 증세 완화에 도움이 된다. 과일 중에는 파인애플이 기관지를 튼튼하게 하고 가래를 삭이는 데 좋다.

한방요법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소아과 김덕곤 교수는 “감기 초기에 엄마가 아이의 척추를 따라 좌우로 손가락 1마디 정도 되는 부위를 엄지나 손바닥으로 가볍게 문지르면서 마찰해 주면 증세 악화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목을 구부렸을 때 툭 튀어나온 부위 바로 밑에 있는 대추혈(大椎穴)과 이 혈의 좌우 손가락 1마디 정도에 있는 정천혈(定喘穴)을 자주 마사지해 주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