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는 버릇 못고치는데…▼
Q: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한 달 전쯤부터 아이가 계속 돈을 훔칩니다. 남편 지갑에서 몇천원씩 훔치다가 발견돼 매를 맞은 뒤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아이가 또 제 지갑에서 5000원을 가져갔습니다. 그때 저는 너무 슬퍼 아이를 잡고 통곡을 했습니다. 아이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걸까요.(익명의 독자)
▼매질보다 훔친이유 알아야 죄의식 못느끼면 치료고려▼
A:걱정이 많이 되시겠어요. 아이들은 뭘 훔치다가 들켰을 때 울면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지만 내심으론 자신의 잘못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곤 합니다. 재수 없어서 걸렸다는 수준이죠. 따라서 자녀들에게 꾸준하게 반복적으로 교육을 해야 합니다.
훔치면 안 된다고 배웠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훔칠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부모가 다른 형제를 편애한다고 느낄 때 자신도 관심을 받으려 훔치기도 합니다. 부정적인 관심이라도 받겠다는 것이죠. 또 어떤 아이는 무엇을 사고 싶은데 부모가 허락해 줄 것 같지 않으니까 스스로 해결하려고 훔치기도 합니다. 자신이 용감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훔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그냥 재미로 훔치기도 하죠.
부모들은 먼저 아이가 나쁜 짓인줄 알면서도 훔쳐야만 했던 이유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아이가 엄마 아빠를 내편이라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하죠. 진실을 듣기 위해서는 ‘고문’보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훔친 물건을 돌려주거나 돈을 지불하도록 도와준 후에는 그 일에 대해 다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고 새로 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그러나 부모가 이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훔치는 일이 반복될 때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자칫 ‘내가 원하는 것을 아무도 내게 주지 않으니 내 힘으로 갖겠다’는 반사회적 성향이 죄의식 없이 싹틀 수 있습니다.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몰래 일을 처리하는 방어적인 성향이 자랄 수도 있습니다.
바늘 도둑이 꼭 소 도둑은 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아이들은 훔치기보다는 대화와 타협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쪽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김창기 소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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