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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피플]무료 눈수술 3000건 ‘貧者의 빛’…신경환 회장

입력 | 2003-11-23 17:50:00


몇 년 전 ‘한국실명예방재단’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화 하나. 전화벨이 울리자 직원이 받아 들었다. 그런데 질문이 이상했다. 돈이 어떻고 은행이 어떻고….

직원은 ‘아차’ 싶었다. 이 사람이 또 금융실명제와 착각하나 보다. 이 재단 신경환 회장(59·가천의대 길병원 안센터 소장)이 홍보에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얼마 전 이 재단은 파라다이스복지재단이 매년 시상하는 사회복지대상을 받았다. 30년간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료로 눈 검진과 수술을 해 준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동안 눈 질환 무료상담 6만건, 무료검진 3만건, 무료수술 3000건의 기록은 결코 이루기 쉽지 않다.

그러나 신 회장은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우선 안과의사의 자발적 참여가 다소 부진한 것이 아쉽다. 그래서 신 회장은 의사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뭐든지 한다.

지난해 5월 제주에서 대한안과학회가 열렸을 때였다. 신 회장은 몸에 ‘실명예방재단에 동참하자’는 띠를 두르고 의사를 찾아 다녔다. 하도 사람들을 만나 마치 선거 유세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후 몇 개월 사이 50여명의 의사가 후원자 명단에 올랐다.

후원금 모금도 쉽지 않다. 1인당 수술비로 백내장은 20만∼30만원, 망막수술은 100만원 정도를 지원한다. 그러다보니 재정은 사실상 바닥났다. 사회복지대상 상금 4000만원도 당장 수술비로 지원하고 있다.

이 재단은 지난해 말 정부로부터 7억원을 지원받았다. 그런데 후원금이 모자라다니…. 알고 보니 정부 지원금은 65세 이상 노인에게만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1300명을 수술했고 7500명을 검진했다. 65세 이하의 경우 정부 지원금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전적으로 후원금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 것.

몇 년 전부터는 취학 전 어린이에 대한 무료검진도 시작했다. 매년 어린이집에 다니는 50만명의 눈을 체크하고 있다.

‘봉사로서 행동하는 의사.’ 신 회장은 자신이 한국실명예방재단의 회장이란 사실이 뿌듯하다. 스스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현장 봉사를 나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의사 여러분. 진료실에만 환자가 있는 게 아닙니다. 주변을 보세요.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습니다.”

신 회장은 기자에게 재단 연락처를 꼭 기재해 달라며 웃었다. 홍보에 신경 써야 한다며…. 02-718-1102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