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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렸네…요즘 모기 겨울잠도 없나?

입력 | 2003-11-23 17:50:00


초겨울을 앞둔 쌀쌀한 날씨인데도 밤마다 모기에 물려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겨울잠을 잘 때가 됐는데 왜 이리 극성일까. 한겨울에도 찾아드는 불청객 모기에 얽힌 궁금증을 풀어보자.

▽어디로 들어올까=겨울철 모기의 침투 경로는 크게 두 가지. 우선 아파트나 빌딩의 경우 승강기나 환풍기를 타고 실내로 침입한다. 지하 보일러실이나 하수구에서 물이 고인 곳에 알을 낳아 한겨울에도 끊임없이 번식한다. 이에 비해 단독주택에서는 추운 날씨를 피해 방충망이나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모기가 대부분이다. 국립보건원 의동물과 이희일 박사는 “12월에는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추위를 피해 들어오는 모기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모기 잘 물리는 사람 따로 있다=모기는 1차적으로 사람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냄새를 쫓아 달려든다. 하지만 2차적으로는 분명히 좋아하는 먹잇감이 따로 있다. 다만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목욕을 자주 안해 몸이 더럽거나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명확하지 않지만 땀이 날 때 땀구멍에 생기는 곰팡이의 독특한 냄새가 선호 기준이라는 설명이 있다.

▽하룻밤에 여러 번 물리는 이유는?=분명히 눈에 띄는 모기는 한두 마리인데, 아침에 보면 온몸이 물린 자국투성이다. 모기는 보통 한번에 자신의 체중의 두 배 정도 피를 빨아먹는다. 그런데 물 때 사람이 뒤척거리다보니 한번에 충분한 양을 섭취하지 못한다. 그래서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한 사람에게 여러 차례 달려드는 경우가 많다.

▽모기에 물리면 병에 걸리지 않을까=연세대 의대 열대의학연구소 이한일 명예교수는 “한국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모기는 크게 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와 말라리아를 유발하는 중국얼룩날개모기 두 종류”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들의 80% 정도는 산림이 무성한 지역에 산다. 도시에서는 질병과 무관한 빨간집모기가 대부분이다.

▽모기는 사람피를 좋아한다?=원래 빨간집모기는 사람보다 소나 돼지의 피를 더 좋아했다. 그런데 도시에서 ‘사람 맛’에 익숙해진 후 빨간집모기는 가축이나 사람을 가리지 않게 됐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모기도 진화과정을 겪게 된 셈이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