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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국수전]느슨한 수

입력 | 2003-11-23 17:50:00


제47기 국수전 본선 패자 2회전 2국 6보(96∼114)

백 조훈현 9단 흑 조한승 6단

덤 6집반 각 4시간

느슨한 수

반상을 훑어보던 조훈현 9단의 시선은 우변으로 향했다. 그는 중앙의 가치를 경시하고 있었다. 중앙은 여러 곳이 터져 있어 집을 만들기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백 98, 100은 우변 백을 안정시키면서 실리를 벌자는 수. 우변 백은 ‘가’의 선수를 바탕으로 살아 있지만 그냥 내버려두면 선수를 당할 자리가 여러 곳이어서 보강한 것이다. 하지만 조훈현 9단은 중앙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잊고 있었다.

물론 흑이 중앙에서 수세적으로 집을 지으려고 하면 오히려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먼 곳에서 돌이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향하게 하면서 울타리를 폭넓게 쳐야 큰 집이 생긴다. 이 때 백이 중앙을 지우겠다고 무리하면 중앙을 깰 순 있어도 다른 곳에 흑집이 생긴다.

중앙을 키우기 위한 흑의 첫수는 101. 방향은 맞았다. 하지만 느슨했다.

중앙 집을 최대한 크게 지어야 하는 흑으로선 보다 적극적인 수법이 필요했다. 참고도 흑 1과 백 2를 교환해두고 흑 3으로 뛰어두는 것이 정답이었다.

백이 즉시 102, 104에 두자 좌변 흑이 엷어졌다. 이 흑이 쫓기다보면 중앙 집 만들기가 어려워진다.

흑 107도 무심하게 둔 실수. 이쪽을 밀어 백 110과 교환할 필요가 없었다. 흑은 107 대신 좌변 백 ○ 한점을 공략하며 좌변을 안정시켜야 했다. 백 114가 놓이자 중앙 흑의 두터움이 약해졌다.

해설=김승준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