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및 인터넷 음악시장에서 클래식 음원의 최대 공급자로 떠오른 한국문화기술의 임동권 대표. -원대연기자
한국의 무선통신과 인터넷 음악시장에서 클래식 음원을 가장 많이 지닌 남자.
한국문화기술 임동권(林東權·32) 대표에게 따라붙는 꼬리표다. 한국문화기술은 올 4월 저가 클래식 음반시장을 석권한 다국적 기업 낙소스로부터 3600장의 앨범에 실린 4만곡의 클래식 음원에 대한 온라인 저작권 대리중계권을 따냈다. 이로써 국내 휴대전화 벨소리와 통화연결음 시장은 물론 세이클럽 등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컴퓨터 변조가 아닌 클래식 실연 음악의 70% 이상을 그의 회사가 공급하게 됐다.
이는 소니, 워너 등 메이저 음반사들이 실연자들과의 계약 미비로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과 달리 낙소스는 온라인 부문을 포함한 일괄 저작권계약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 온라인에 이를 공급하는 것은 낙소스로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 e메일만도 200여 통이 오가는 힘든 협상 끝에 4월에야 계약이 이뤄졌다.
“세계에서 무선통신과 인터넷 기술적용이 가장 빠른 한국은 저작권 시장 전체의 변화 속도를 압도하고 있어요. 제 사업구상은 한국과 세계 시장의 이런 ‘시간차’를 활용한 셈이지요.”
틈새시장을 발견한 비결은 그의 이색 경력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미국 롱아일랜드대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했지만 작곡을 복수전공했으며 롱아일랜드대 교향악단 부지휘자로 활약한 음악도이기도 했다.
임 대표는 4만곡 중 가장 인기가 있을 300여곡을 고르고 이 중 최장 20초(벨소리)와 40초(통화연결음)밖에 안 되는 테마 부분을 발췌해 조정하는 작업도 직접 했다.
“디지털 문화가 진지한 음악을 겨우 몇십 초짜리 CF음악으로 전락시킨다는 비판도 있지만 클래식의 저변확대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그는 휴대전화만 지니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교향곡 전곡까지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기술과 문화의 만남을 꿈꾸고 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