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분쟁지역 아프가니스탄. 이곳에도 드디어 평화가 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24일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스타디움. 이날 경기장에서는 모처럼 사람들의 유쾌한 웃음소리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79년 구 소련 침공 이후 국제사회에 문을 닫아야 했던 카불스타디움. 독재의 철퇴를 휘둘렀던 탈레반 정권 치하에서는 악명 높은 공개 처형장으로까지 사용되던 이곳에서 무려 24년 만에 국제축구경기가 열린 것.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1차 예선 아프가니스탄-투르크메니스탄전. 이날 경기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아프가니스탄에서 24년 만에 개최한 첫 국제축구경기로 기록됐다.
스탠드에는 아직 총알 자국이 군데군데 선명하고 포탄에 그라운드가 울퉁불퉁했지만 축구대표팀이 경기를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2500여 관중이 모여 박수치고 발을 구르며 환호성을 올렸다.
경기는 아프가니스탄의 0-2 패배. 전쟁의 와중에 축구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던 아프가니스탄은 FIFA 랭킹이 198위일 정도로 축구 후진국. 그러나 1차 원정경기에서 투르크메니스탄에 0-11로 대패했던 아프가니스탄은 이날은 홈관중의 뜨거운 성원을 등에 업고 간혹 날카로운 기습 공격도 펼치며 접전을 벌였다.
탈레반 정권은 초창기에 카불스타디움에서 축구 자체를 금지했었고 축구를 하더라도 선수들이 반팔에 반바지를 입지 못하게 하는 등 축구에 대한 ‘탄압’이 컸다. 이 때문에 FIFA는 카불을 ‘축구 금지 지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졌지만 오랜만에 실컷 자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한 아프가니스탄 축구팬들은 하나같이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프가니스탄 대표팀의 미드필더로 뛰었던 알리 아마드는 “나 자신은 물론 국가를 위해 오늘은 너무 자랑스러운 날이다”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