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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세이]김우경/어린이火傷 제때 치료해야

입력 | 2003-11-24 18:21:00


해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는 이맘때쯤이면 미뤄 두었던 수술을 받고자 하는 환자들이 성형외과를 찾곤 한다. 이런 환자들 중에는 어려서 입은 화상 후유증으로 남은 흉터를 없애고자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수술 시기를 놓치고 늦게 내원하는 환자를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어려서 손바닥 쪽에 화상을 입고 십수년간 손가락을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사춘기를 열등의식 속에서 보낸 김모양(18)도 참으로 안타까운 경우였다. 그는 이번에 수능을 마치면 대학 입학 전에 수술로 흉터를 말끔히 치료할 것이란 희망에 차 있었다. 물론 수술로 어느 정도 호전을 기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김양은 너무 늦게 내원해 정상적인 회복이 어려운 상태였다. 김양의 부모는 당시 ‘어른이 된 다음 성형수술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여태까지 기다렸다면서 부모로서의 죄책감 때문에 가슴을 치며 괴로워했다.

화상으로 인해 피부가 파괴되면 체표면을 덮어 주기 위한 생체의 반응으로 주위의 피부가 화상 부위로 당겨 오고 피부 괴사 부위에 반흔이 생기면서 그 부위가 오그라들게 된다. 예를 들어 손바닥 쪽에 화상을 깊게 입으면 결과적으로 손가락을 충분히 펴기 어렵게 된다.

이런 경우의 치료는 흉 조직을 떼어내거나 풀어 주고 모자라는 만큼 피부이식을 해줘야 한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성장에 따라 손도 커져야 하는데 화상의 흉이 손바닥 쪽을 꽉 붙잡고 있으면 손가락을 쥐고 펴는 운동에 장애가 지속되면서 아예 관절운동 범위가 줄어들어 몇 년 뒤면 관절을 충분히 못 펴게 될 수도 있다.

또 성장과 더불어 손가락의 힘줄이나 혈관, 신경 등도 같이 자라 줘야 하는데 오그라든 손의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성장 후 수술을 해도 손가락을 충분히 펴지 못하게 될 수 있다. 힘줄 등이 짧아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이다. 많은 어린이들이 화상 위험에 노출되는 계절이다. 어린이 사고는 집안에서 당하는 경우가 많고, 화상 또한 겨울철 집안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전기밥솥 다리미 뜨거운 국이나 라면 등 가정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어린이의 일생에 그늘을 드리울 만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만약 아이가 화상을 입었을 경우는 덴 곳을 흐르는 찬물에 5∼10분 정도 담근 뒤 정도가 심하면 바로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 화상 부위의 옷을 벗기거나 잘라 주되, 불에 직접 닿아 옷과 피부가 눌어붙었거나 옷을 벗기기 힘들 때는 무리하게 벗기지 않는 게 낫다. 민간요법으로 화상 부위에 간장이나 된장, 밀가루반죽을 바르거나 술을 붓기도 하는데 이는 의학적 근거가 없는 행위다.

물집이 잡히지 않고 발갛게 변하기만 한 1도 화상의 경우에는 화상 부위를 찬물에 담그고 진통제만 먹여도 별 문제가 없지만, 물집이 생긴 2도 이상의 화상은 통증도 작지 않고 흉터가 생길 우려도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에 가 치료해야 한다.

화상으로 인한 상처 치유는 화상의 깊이에 따라 결정된다. 피부층의 전층이 파괴되면 피부가 오그라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부분층 화상의 경우에는 원래대로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부분층 화상이라도 치료가 잘못되면 전층 괴사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와 치료가 필요하며, 이미 발생한 흉터에 대해서는 그 치료 시기와 방법을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김우경 고려대 의대 교수·성형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