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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特委 부결 후폭풍]들끓는 충청 민심에 4당 속앓이

입력 | 2003-11-24 19:25:00


신행정수도건설특위 구성안이 여야 각당 수도권 의원들의 반발로 부결된 이후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각당은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을 준비하기 위한 이 법안이 부결되자 내부적으로 충청권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진화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의 경우가 가장 심각하다. 당 지도부는 신행정수도건설특위 부결 파문의 불씨를 서둘러 잡지 못할 경우 충청권 민심을 되돌리기 어려운 것은 물론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행정수도 이전 카드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악몽이 총선에서 재연될지 모른다며 걱정하고 있다.

당 소속 충청권 의원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았다. 충청권 의원들은 24일 상임운영위원회와 의원총회에 불참하는 등 집단으로 당무 거부에 돌입했다. 25일엔 최병렬(崔秉烈) 대표를 직접 면담해 당 지도부의 미온적 대응을 질타할 예정이다.

충북도지부장인 신경식(辛卿植) 의원은 “지역 분위기가 너무 험악해 모두 탈당하라고 한다”며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특위 구성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충청 의원 13명은 의원직을 모두 사퇴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당론이 서기 전엔 당무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흥분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상임운영위원회에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충청권의 결정적 민원인 데다 일이 너무 많이 진행됐기 때문에 이를 되돌려 없던 것으로 하기엔 상황이 적절치 않다”며 법안을 수정해 재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도 “충청권 의원들이 원하는 대로 특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협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행정수도 이전이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만큼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나 충분한 공론화 과정과 전문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영환(金榮煥) 전 정책위의장은 “개인적으로는 특위 구성 자체를 반대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대선 때도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상태에서 공약이 됐으니까 특위를 통해 충분히 부작용과 문제점을 걸러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수도이전 공약이 대선 당시 충청권의 표를 끌어 모은 ‘효자역할’을 했던 만큼 정기국회 회기 내에 관련 3대 입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충청권에서 권토중래를 노리는 자민련은 행정수도 이전 이슈를 당세 회복의 결정적 호기로 삼을 태세다.

그러나 문제는 특위 구성안이 4당 총무간 합의를 거친 사안인데도 ‘표 반란’으로 부결됐다는 점이다. 실제 주요 현안에 대한 수도권(총 97명)과 충청권(총 24명) 의원간의 첨예한 갈등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나라당이 시급히 행정수도 이전과 국가균형발전 문제를 아우르는 특위 추진 계획을 밝힌 것도 수도권 의원들의 불만을 동시에 무마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수도권 의원들은 여야 구분 없이 행정수도 이전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수도권을 역(逆)차별하는 내용이라는 논란까지 겹쳐 각당 지도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