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시절인 2002년 7월 28일 세이브를 따내 자신의 선발승을 지켜낸 김병현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는 실링. 동아일보 자료사진
2001년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인 커트 실링(37·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보스턴 레드삭스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 등 미국의 주요언론들은 25일 일제히 보스턴 레드삭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실링의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트레이드의 주 내용은 실링을 내주는 애리조나가 보스턴으로부터 좌완 케이시 포섬과 우완 브랜든 리용, 마이너리그 유망주를 받은 뒤 이 선수들을 밀워키의 대형 1루수 리치 색슨을 데려오는 데 활용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삼각트레이드인 셈.
실링은 이날 애리조나주 피닉스 자신의 집으로 몰려든 취재진에게 “보스턴으로부터 트레이드를 제안받았다”고 확인했다. 트레이드 거부권을 갖고 있는 실링은 72시간 안에 보스턴과 협상을 한 뒤 트레이드를 거부할지, 받아들일 지를 결정해야 한다.
내년 시즌까지 애리조나와 계약이 돼 있는 실링은 1200만 달러의 연봉과 200만 달러의 보너스 옵션을 보장받고 있다. 그는 “새로운 다년계약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곳을 떠나지 않겠다. 3년 계약을 요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실링은 평소 강팀으로의 이적을 희망한 바 있어 보스턴이 다년계약만 보장한다면 트레이드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해 부상으로 8승(9패)에 그쳤지만 2001년 22승, 2002년 23승을 거둔 특급투수다.
이 트레이드가 예상대로 이뤄진다면 애리조나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보스턴의 김병현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은 확실한 선발인 실링의 가세로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함께 ‘원투펀치’를 구성하게 되고 데릭 로와 팀 웨이크필드가 3,4선발로 뛴다. 선발 자리를 노리는 김병현의 입지가 훨씬 좁아지는 셈.
게다가 보스턴은 FA(자유계약선수)시장에 나온 오클랜드의 특급 마무리 케이스 폴크 영입을 추진 중이어서 김병현과 결별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