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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미술 속 ‘느림과 멈춤’의 코드…'정물 아닌 정물' 展

입력 | 2003-11-26 14:22:00


첨단과 속도에 반발한 '느림'과 '멈춤'의 코드가 미술에도 등장했다. 가나아트갤러리가 개관 20주년 기획전으로 마련한 '정물 아닌 정물' 전(28일~내년1월25일)에는 평소 쉽게 만날 수 없는 세계적인 정물화들이 선보인다. 이들은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침묵하고 정지된 화면으로 사유와 명상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이번 전시회에는 마르크 샤걀, 살바도르 달리, 오귀스트 르누아르, 조르주 브라크, 조르지오 모란디 등 해외작가들과 김기창 김환기 도상봉 천경자 등 국내 작가 등 30여명의 작품 70여 점이 전시된다. 테이블 위에 놓인 과일이나 꽃병을 그린 고전적인 정물화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정물'의 세계를 현대적 의미로 확장한 조각이나 설치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 국민화가로 추앙받는 조르지오 모란디(1890~1964)의 '탁자 위의 세 가지 물건' 등 4점은 은은하면서도 깊은 멋을 느끼게 한다. 그는 형상을 단순화한 뒤 흰색, 회색, 갈색 등 몇 가지 색만을 활용해 지적이고 명상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최근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회고전을 열었던 러시아 작가 니콜라 드 스타엘의 '정물-과일'은 사라져버릴 듯 희미한 윤곽선과 화사한 색조로 신비감을 자아낸다.

프랑스 대표적인 상징주의 화가 오딜롱 르동(1840~1916)이나 달리, 샤갈의 정물은 다채롭고 풍부한 색채감으로 보는 이의 기분을 산뜻하게 만들어 준다. 주최측은 이들 작품이 스위스 바젤 바이엘라 재단 컬렉션과 뉴욕과 파리의 개인 소장자들로부터 빌려 온 작품들이라고 밝혔다.

또 독일 현대 미술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안젤름 키퍼가 꽃밭을 소재로 그린 대작 '천송이 꽃을 피우자'(660cmX280cm)나 영국 젊은 예술가들의 선두주자인 데미안 허스트가 핑크색 바탕 위에 일곱 마리의 실제 나비를 붙여놓은 '무제'도 선보인다.

한국작가로는 42세로 요절한 이달주의 유작인 '고엽' '북어' '개와 새우' 등이 눈에 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로 우수가 깃든 서정성을 보여준다. 02-720-102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