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그마한 보금자리에서 학생들이 훌륭한 사람들로 커 가길 기대합니다.”
경북대 김동신(金東伸·67·전 농업생명과학대 동물공학과 교수·사진) 명예교수가 사재로 편모 슬하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학생들을 위한 집을 손수 지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2001년 8월 정년퇴임한 그는 퇴직금 등 사재 8억여원을 털어 대구 동구 율하동에 4층 짜리 다가구 주택 2채를 지었다. 이 주택은 그가 설계와 시공 등 전 과정을 전문 업체에 맡기지 않고 부인 이현림씨와 함께 직접 했다.
그는 26일 오후 경북대 김달웅 총장과 대구시 신상철 교육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기공식을 열고 편모가정 20가구(15평형 19가구, 원룸형 1가구)를 입주시켰다.
‘삶의 멍에(요크·Yoke)’를 나누어진다는 의미에서 ‘요크 빌(Yoke Vil)’로 이름 지어진 이 집은 앞으로 홀어머니와 그 자녀들을 위한 보금자리로 활용될 예정.
“대학재직 중 이혼이 급증하고 가정이 깨어져 좋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는 현실이 늘 안타까웠답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학생들이 의지할 수 있는 다가구 주택을 짓기로 마음먹고 퇴직 1년 전부터 추진해 온 이 사업이 이제야 결실을 맺은 것 같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주위 자연환경이 뛰어난 율하천 부근의 택지를 사들여 집을 지었다”며 “입주 대상자는 대구지역 초 중 고교장의 추천을 받아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무주택 편모가정 학생 20명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입주 대상자 중에는 대학생 4명도 포함돼 있어 이들은 앞으로 한 가족처럼 생활할 중 고등 학생 등 동생들의 형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주차공간은 물론 단체 모임을 위한 강당도 갖춘 이 주택을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80년대 초부터 대구 수성구 범물동에 장애인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멍에의 집’을 운영하는 등 활발한 봉사 활동을 펼쳐 오고 있다.
그는 “이번 일이 마무리돼 사회와 이웃으로부터 진 은혜를 다소나마 갚은 것 같다”면서 “우리 사회에 이 같은 사랑의 보금자리가 더 많이 들어섰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