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27일)을 앞두고 미국 뮤추얼 펀드 업계의 스캔들이 월가를 강타하고 있다. 뉴욕주 검찰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미 재무부 산하 통화감사관실(OCC) 등 감독당국이 25일 내린 조치는 연금펀드회사 시큐리티 트러스트에 대해 내년 4월까지 문을 닫으라는 폐쇄명령이었다. 9월 스캔들이 시작된 후 가장 강력한 조치였다.
당초 검찰은 이 회사를 형사범으로 기소할 방침이었다. 금융당국은 “그것보다는 문을 닫는 게 충격이 적다”며 폐쇄명령을 택했다. 검찰은 그 대신 이 회사 전 최고경영진 3명에 대해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운용자산이 130억달러에 이르는 이 회사는 ‘카나리 헤지펀드’의 불법거래를 도와준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미국 뮤추얼 펀드는 7조달러의 자산과 9000만명의 투자자를 갖고 있다. 개인투자자와 증권의 연결고리로서의 임무가 막중하다. 그런데 펀드의 일부 브로커들은 특정고객에게 이익을 주고 나머지 일반 고객들에게는 손해를 끼쳐온 것이 이번에 드러났다. 수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뮤추얼 펀드의 순자산가치는 뉴욕증권거래소의 오후 4시 종가에 따라 계산한다. 그 이후에 들어온 주문은 다음날 종가로 결제한다. 그런데 특정고객과 짜고 오후 4시 이후에 들어온 주문을 그날 종가로 계산해준 것이다. ‘연장 매매(Late Trade)’ 수법으로 미 연방법 위반이다. 뉴욕 검찰은 “경주를 마친 뒤에 성적을 보고 경마를 하는 셈”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또 ‘마켓 타이밍(Market Timing)’이라는 수법도 있다. 투자 대상을 단기적으로 바꾸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것은 불법은 아니지만 뮤추얼 펀드업계는 거래수수료 발생으로 펀드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금지해오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각국 증시의 시차를 활용해 펀드를 빈번히 거래하면서 큰 이익을 본 혐의가 드러난 때문이다.
뉴욕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 뮤추얼 펀드와 증권사들이 이 같은 수법의 거래를 해왔음을 시인했다. 131개 펀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60%가 이런 부적절한 거래를 해왔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화난 투자자들은 “문제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관련자들을 모두 해고하고 경영진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